文, 5대 정책 통해 安 포위 시도
文, 정당 뒷받침 전제되는 '정책공약' 내세워 安 검증·공세 시작
"집권하면 복지국가 5개년 계획 세워 실천하겠다" 의지 표명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5대 정책 문(文)에 安을 포위하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정책행보'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경쟁에 승부수를 던졌다. 안 후보가 7일 분야별 비전의 큰 틀을 제시하며 정책행보에 시동을 걸자 최근의 지지율 상승세를 발판삼아 정당의 뒷받침이 전제되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무소속 후보'의 한계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향후 안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정책 승부'를 펼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문 후보는 9일 "대통령이 되면 취임 즉시 제1차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세워 실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선대위 시민캠프 산하 복지국가위원회 첫 회의를 열어 "복지국가위원회가 5개년 계획을 세우면 국민에게 공약으로 밝히고, 인수위에서 실행계획을 확정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의 복지 공약은 단순한 선거용이 아니라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의 실행과제가 돼야 한다"라며 "복지 문제를 미래의 일로 미루지 않고 당장 이행, 복지국가의 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핵심 공약인 ‘5대 문 공약(일자리,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새로운 정치, 평화와 공존)’ 실천을 미루지 않고 집권 후 바로 실시하겠다는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국정운영 경험이 부족한 안 후보의 지지층을 공략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성준 대변인이 보편적 복지(9일), 재벌개혁(11일), 국방안보 (12일) 등 이례적으로 일주일치 정책행보 일정을 한꺼번에 공개한 것도 이런 전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문 후보는 곧이어 국회 의원동산으로 자리를 옮겨 복지강국으로 통하는 유럽 4개국 독일,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주한 대사들을 만나 이들의 경험과 복지정책 제언을 들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복지와 경제성장의 선순환, 복지와 일자리, 교육복지 등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특히 이들 국가가 대외의존적인 개방경제라는 것이 우리와 닮았는데 어떻게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했는지,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정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질문해 경청했다. 또 다양한 이해집단의 합의를 위한 어떤 정치시스템이 요구되는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들이 유효했는지를 묻기도 했다. 복지국가 구축에는 정당이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질문으로 안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문 후보 측은 정당의 뒷받침이 전제되는 '정책 공약'을 무기로 안 후보에 대한 공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야권 단일 후보라는 동반자적인 관계 때문에 안 후보 비판에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문 후보 측이 정책공약을 고리로 견제와 검증을 동시에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문 후보 측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인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8일 안 후보가 제시한 '대통령 임명 권한 축소', '청와대 이전' 등의 정책공약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안 후보가 7일 직접 발표한 7대 정책비전이 '뜨기' 전에 바로 거품 빼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문 후보가 안 후보와의 경쟁 방법을 정책승부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네거티브라는 비난을 피하고 각을 세우면서도 '무소속' 후보를 공략하기에는 정책만큼 좋은 전략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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