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를 앞둔 롯데. 투수진에게 가장 큰 고민은 김현수다. 장타력을 틀어막기 위해 제각각 머리를 맞대고 있다.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 플레이오프 미디어 데이. 양승호 감독, 강민호와 함께 자리한 손아섭은 대뜸 두산의 심기를 자극했다. 약점으로 꼬집은 건 타선. 그는 상대 팀의 경계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김현수를 지목하며 “두산 타선의 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내 “현수 형을 제외하면 장타를 칠 선수가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농담은 아니다. 올 시즌 두산 타선의 롯데전 타율은 2할4푼이다. 그나마 김현수가 2할9푼2리(72타수 21안타) 1홈런 9타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한 방을 지닌 윤석민과 이원석은 각각 타율 1할7푼6리와 2할로 부진했다. 최준석과 손시헌도 각각 1할7푼6리와 1할9푼에 그쳤다.
김현수를 제외한 모든 타자들이 부진에 허덕인 건 아니다. 이종욱은 19경기에서 타율 2할9푼6리를 남기며 10타점을 올렸다. 포수 양의지와 시즌 중반 넥센에서 합류한 오재일도 각각 타율 2할8푼6리 2홈런 6타점과 타율 2할8푼1리 1홈런 5타점으로 가을야구 선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타선을 바라보는 김진욱 감독의 눈은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특히 온갖 부상으로 신음하는 고영민의 공백이 뼈아프다. 올 시즌 롯데와의 12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 2홈런을 때리며 강한 면모를 보인 까닭이다. 타율 2할5푼8리 1홈런을 때린 김동주의 이탈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그는 왼 허벅지 부상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부담은 고스란히 해결사인 김현수에게 돌아간다. 김 감독은 이날 키 플레이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김현수를 지목했다. 그는 “초반 고군분투로 체력적으로 지쳤다. 특히 9월에 좋지 않았다”라면서도 “최근 회복세를 보인 만큼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전반기 73경기에서 타율 3할2푼2리 5홈런 42타점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후반기 49경기에선 타율 2할4푼3리 2홈런 23타점을 남기는데 머물렀다. 최근 5경기에서도 장타 없이 2안타만을 기록했다.
넘어야 할 벽은 컨디션 조절에 머물지 않는다. 두 가지 더 있다. 첫째는 상대의 집중 견제. 이날 강민호는 “포수로서 투수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김현수가 가장 경계 대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 투수는 “동료들과 김현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약점 분석은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두 번째는 포스트시즌 징크스다. 김현수는 가을야구 때마다 번번이 눈물을 쏟았다. 병살타 탓이었다. 특히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그는 만루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 2010년 롯데와의 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손시헌, 김동주 등과 함께 병살타를 쳐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병살타(4개)의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에 김현수는 “‘가을야구’하면 병살타만 생각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며 “올 시즌 3할 타율 달성에 실패했는데 포스트시즌에선 4할을 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롯데 투수진이) 나를 경계하다 다음 타자 윤석민에게 안타를 맞았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컨디션이 떨어진 김현수의 배트는 상대의 집중 견제, 가을야구 징크스를 모두 넘어설 수 있을까. 그 첫 상대는 송승준이다. 김현수는 올 시즌 16차례 맞대결에서 타율 2할(15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삼진으로 물러난 건 단 한 번이었다. 성적은 2차전 선발이 점쳐지는 유먼을 상대로 더 우수했다. 10차례 맞붙어 타율 4할(10타수 4안타) 4타점을 남겼다. 물론 포스트시즌은 선수단 분위기나 집중력 등이 정규시즌과 판이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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