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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IRTH OLDBRAND]가격 낮춰 승패 갈랐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59초

대상 | ‘쇠고기 감치미’ 부활의 비결

[REBIRTH OLDBRAND]가격 낮춰 승패 갈랐다 대상 정찬기 식품사업총괄 과장이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을 20% 낮춰 리뉴얼 출시한 ‘쇠고기 감치미’를 소개하고 있다.[이코노믹리뷰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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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선보인 ‘쇠고기 감치미’는 2003년 광우병 파동으로 출시를 중단해 버섯과 해물 감치미만 나오다가 8년 만에 부활했다. 지난해 12월 리뉴얼 출시해 가정용 종합조미료 시장에서 CJ제일제당 ‘다시다’에 다시 도전장을 낸 것. 특히 가격을 20%가량 낮게 책정, 가치지향 소비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불황에 대처하는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어필하고 있다.


배우 김혜자를 모델로 내세워 “그래, 바로 이 맛이야” “고향의 맛”이란 광고 카피를 유행시키며 가정용 종합 조미료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제품은? 정답은 CJ제일제당의 ‘쇠고기 다시다’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종합조미료 ‘쇠고기 감치미’는 아는지. 30대 후반~40대층이라면 아련하게 기억날 듯하다. 쇠고기 감치미는 쇠고기 다시다에 대응하기 위해 대상이 선보인 제품이었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의 불꽃 경쟁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초는 1960년대 동아화성주식회사(대상의 전신) ‘미원’과 삼성(나중에 CJ로 계열 분리) ‘미풍’의 맞대결에서 비롯됐다. 이때가 1세대인 화학조미료 시대다. 결국 미풍이 미원을 압도적으로 앞지르자 당시 이병철 삼성 회장은 “세상에서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자식과 골프, 그리고 미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1975년 미풍을 대신해 CJ제일제당이 인공조미료 다시다를 내놓으면서 대상의 굳건했던 아성은 무너지고 만다. 대상은 유명 배우 고두심을 앞세워 ‘감치미’로 반격에 나섰지만 상황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2003년 광우병 파동이 발생, 브랜드 명맥을 이어가며 호주산 쇠고기로 바꾼 다시다와 달리 대상은 소비자의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해 아예 쇠고기 감치미 생산을 중단해 버렸다. 그 후로 세월이 흐르면서 이 제품을 다시 부활시킬 것이냐에 대해선 업계에서도, 회사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 중 모두가 외면한 쇠고기 감치미에 확신을 갖고 초지일관 회생의 의지를 불태웠던 사람이 있었으니, 대상의 정찬기 식품사업총괄 마케팅 과장이었다.


그의 전략에 따라 쇠고기 감치미는 재탄생했고 업계의 예상과 달리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해 상반기 가정용 종합조미료 시장에서 매출액 30억을 달성했으며 업소용까지 합치면 40억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 과장은 “리뉴얼 제품이 4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건 유례없는 경우”라며 “쇠고기 감치미의 상승세 효과로 수 년 간 한 자릿 수이던 종합조미료 시장점유율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자사 입장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2009년부터 이 회사의 쇠고기 감치미 부활 작전을 이끌어온 정 과장을 만나 그 노하우를 들어봤다.


Code1 고가 콘셉트 버리고 과감한 가격 정책 변화
새로 리뉴얼된 쇠고기 감치미에서 돋보이는 것은 가격이다. 쇠고기 다시다에 비해 20% 저렴하게 책정했다. 쇠고기 다시다(300g) 가격은 4650원, 쇠고기 감치미(300g)가 3600원이다. 쇠고기 원산지와 쇠고기 함량을 동일하게 맞추고 정제염, MSG(화학조미료), 정백당 등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성분의 함량을 비슷하게 하되 마진율을 최대한 낮춘 식이다.


정 과장은 “조미료의 원조를 배출해낸 회사로서 자부심이 있었기에 다시다보다 비싸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처음부터 고가 정책을 죽 고수했다”며 “이번엔 시장 재진입 장벽을 가격이라 봤다. 과감히 기존 틀을 깨 가격을 확 낮춘 반대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의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상이 롯데마트 매장을 중심으로 올 상반기 종합조미료 월 평균 POS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시다류의 전 제품이 15% 역신장한 반면 자사 제품은 50% 신장했다. 정 과장은 “쇠고기 감치미의 매출 신장이 시장 반등의 주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기존 버섯감치미와 해물감치미 가격도 올해 1월부터 용량별로 평균 23% 낮춰 소비자 물가 부담을 줄였다.


Code2 가치지향 소비 추구하는 고객 패턴 반영
정 과장은 “이 같은 회사 전략에는 가치지향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 성향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이 가격에 상관없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선택해 왔지만, 이젠 품질이 같다면 합리적 소비를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무조건 싸다고 덥석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


[REBIRTH OLDBRAND]가격 낮춰 승패 갈랐다


정 과장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을 중심으로 가치소비 확산에 따른 저렴한 가격의 PB(Private Brand,자체브랜드)제품이 기존 1위 제품을 위협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며 “PB도 제대로 만들어야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것처럼 쇠고기 감치미도 품질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불황의 영향도 고려했다.


실제로 쇠고기 감치미가 리뉴얼 이후 판매 호조를 보이는 것도 다시다 1개를 사느니, 감치미 1개에 파 한 단을 더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또 제품 패키지에는 옛날 버전의 붉은색을 주조색으로 써서 소비자가 친숙하게 손이 갈 수 있도록 했다.


대상 정찬기 식품사업총괄 과장이 꼽은 ‘올드 브랜드 회생의 조건’
“리뉴얼 제품에 대한 성공 의지 알려라”


쇠고기 감치미가 쇠락의 길을 걸었던 요인은 ‘브랜드 다원화에 따른 마케팅 자원 분산’
1세대 조미료 전쟁에서 거둔 미원의 승리로 안도감에 빠져 있었던 게 발단. 미원 수성에 주력하다 보니 다시다에 맞대응하기 위해 출시한 ‘맛나’와 그 이후 내놓은 쇠고기 감치미 등 성격이 유사한 브랜드가 서로 겹쳐지는 상황이 됐고 마케팅 자원도 분산,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계기가 됐다. 반면 CJ제일제당은 다시다와 다시다골드, 한 브랜드로만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간 것이 독보적 시장 우위를 차지하는 데 주효했다.


올드 브랜드 리뉴얼 성공 비결은 ‘내부역량 판단+긍정 마인드’
비용적인 면에서 또 이미지 쇄신 차원서 한 번 죽었던 브랜드를 다시 살리는 데는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에 아예 새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 마케팅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회사의 내부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상의 경우 우선 조미료로 시작한 회사라는 점에서 56년간 축적된 자원과 노하우에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전국 드림콘서트’라는 행사를 통해 감치미 판매를 담당하는 여직원들을 일일이 만나 리뉴얼 제품을 어필하고 부활 성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다. 매출 목표 달성 의지도 고취시켰다. 또 사내 직원들 대상으로 감치미를 계속 인지시키고 브랜드를 존속시키고 팔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레터를 보냈다. 그 결과 감치미 브랜드에 대한 사내 관여도가 높아질 수 있었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 제품 발주량 증가, 매출 향상 등 시장에서도 서서히 성과가 나타났다.


감치미 브랜드 미래 전략은 “자연조미료 시장으로 이어지는 바통터치 역할”
연간 9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가정용 종합조미료 시장은 CJ제일제당의 다시다가 86%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연재료조미료 시장 확대에 따라 판매량은 소폭 감소하고 있으나 1위 제품의 꾸준한 가격 인상으로 전반적인 매출액 규모는 유지되는 추세다. 대상은 일관된 맛과 품질, 합리적 가격으로 다시다의 아킬레스건을 지속적으로 공략해 시장점유율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궁극적으로는 종합조미료 시장에서 다시다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조금씩 빼앗아 자연조미료 시장으로 넘겨주는 바통터치 역할의 브랜드로 가져갈 계획이다. 시장 시프트 과정을 좀 더 빠르게 가져가자는 의도다. 화학조미료에서 종합조미료로 이어지는 ‘조미료 맞수’ 대결에서 현재까지의 전적은 1승1패. 이제는 자연조미료 시장에서 대상의 ‘맛선생’이 CJ제일제당의 ‘산들애’와 힘을 겨루고 있다.


TIP
※화학조미료(MSG)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갖춘 공간에 사탕수수의 부산물인 당밀을 공급해 배출한 물질을 가공한 조미료. 대상의 ‘미원’이 대표적인 제품.
※종합조미료 일정량의 MSG에 건조한 쇠고기, 파, 마늘, 양파 등 천연 재료를 혼합한 조미료. CJ제일제당의 ‘다시다’와 대상의 ‘감치미’가 대표적이다.
※자연조미료 MSG와 합성첨가물 등 인공적 원료를 배제한 조미료. 대상의 ‘맛선생’과 CJ제일제당의 ‘산들애’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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