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미국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핫 100'에서 이번 주에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다음 주에는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빌보드와 함께 세계 양대 팝차트인 영국 UK차트에서는 내일 발표될 싱글차트에서 1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나라 가수가 부른 노래가 해외에서 K-팝이라는 이름 아래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지 10년 남짓 됐다. 그러나 그 인기는 주로 중국ㆍ일본ㆍ동남아에 국한됐다. 빌보드 차트에서는 2009년 여성그룹 원더걸스가 영어로 부른 '노바디'가 76위에 오른 것이 유일했다. 그런데 싸이가 영어도 아닌 한국어로 부른 '강남스타일'이 일약 영미권 양대 팝차트의 정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인기는 유튜브에 그 음원과 동영상을 공개하여 자유롭게 전파되게 했기에 가능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이제 세계 음악시장을 좌우하는 홍보 및 유통 채널이 된 것이다. '강남스타일'이 기존 'K-팝 스타일'을 넘어선 작품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기존 K-팝의 주류는 10대 아이돌 그룹을 내세운 '버블껌 팝'이었고, 예술적 창작이기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획상품에 가까웠다. 가수가 직접 자신의 메시지를 집어넣어 만든 '강남스타일'과 같은 K-팝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싸이는 작곡가 유건형씨와 함께 작사ㆍ작곡을 공동으로 하면서 직접 '강남스타일'을 만들었다. 그 가사와 율동은 한국의 부자동네를 상징하는 '강남'의 과시적 소비문화와 그 흉내라도 내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스노비즘을 코믹하게 풍자하고 있다. 경쾌한 리듬과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말춤 동작은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해외 대중매체들이 노래 속에 들어 있는 사회성 있는 메시지를 그들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 전해준 것도 인기몰이가 폭발성을 띠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강남스타일'은 지나치게 정형화되고 꾸밈만 많아지면서 국내외 팬들에게 식상한 느낌을 주기 시작한 K-팝과 한류 문화 전체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국내 음악예술계와 대중문화계가 '강남스타일' 돌풍의 의미를 잘 살펴보고 제2, 제3의 '강남스타일'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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