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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우려되는 선진국의 '자산버블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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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우려되는 선진국의 '자산버블 수출'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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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가 모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3대 신용평가사가 다투어 신용등급을 올리자 기획재경부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과거 외환위기로 인한 낙인효과를 완벽하게 탈피했다"고 자랑스럽게 평가했다. "이제 한국이 뛰는 리그가 달라졌다"는 등 다소 흥분된 이야기도 쏟아져 나왔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가운데 한국만 신용등급이 올랐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적표가 견실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찜찜한 부분이 있다. 바로 선진국들의 지속적인 '자산버블 수출' 우려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다면 그 돈이 어디로 갈까? 일부는 해당 국가에 남겠지만 상당액이 더 높은 이자와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고 이 가운데서도 한국이 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과잉 글로벌 유동성의 집중적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최근 '신용등급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고 '아시아의 현금자판기(ATM)'라고 할 만큼 자본 유출입이 용이하며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적당한 사이즈의 자본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3차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한 지난 14일 하루 동안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1조2800억원이 훨씬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종합주가지수는 가뿐히 2000을 뛰어넘었고 주식형 펀드는 이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외국인의 주식ㆍ채권 순매수 규모는 40조원을 넘어섰고 외국인 주식ㆍ채권 보유액은 무려 500조원에 육박한다.

수출부진이 우려되고 경제성장율이 2%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높은 가계 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고 실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점차 확산되어 엘(L)자형 불황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과 채권 등 자산시장만 버블이 끼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산시장에 버블이 끼면 정부는 설령 경기가 악화되더라도 적시에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고 재정ㆍ금융정책 운용이 어려워진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게 된 것을 마냥 기뻐할 수 없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싸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되어 유리한 점도 있겠지만 선진국들의 지속적인 '자산버블 수출' 때문에 장기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훨씬 높아지는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글로벌 유동성은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안정성을 해치고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게 만들어 자산버블을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원화가치를 실제능력보다 더 높게 만들어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다. 실물과 무관한 이유로 쏟아져 들어온 글로벌 유동성은 지정학적인 이유 등으로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미련없이 빠져나가 한국경제를 단숨에 벼랑 끝으로 밀어낼 수도 있다.


선진국들이 이처럼 '자산버블 수출'을 할 수 있는 것은 달러나 유로화 등 결제통화의 '시뇨리지(Seigniorage) 효과' 때문이다. 글로벌 유통성이 불러올 자산버블의 악몽을 막기 위해 강한 자기절제를 해줘야 할 선진국들이 자기네들 살자고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안면 몰수'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선진국 신용평가사들은 최우량이었던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기레벨까지 무려 6~12단계나 한꺼번에 낮춰 외환위기를 부채질했던 적이 있다. 이번의 신용등급 상승이 선진국들의 무책임한 글로벌 자산버블 수출의 시그널이 되게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지니스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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