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인천에서 1년치 밀린 임금과 공사대금 8000만원을 달라며 원청업체 사장을 흉기로 찌른 하청업체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가 하면 세종시 행복도시건건설청 앞에서는 지난 6일부터 건설기계 운전자 10여명이 행복청이 발주한 도로공사의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며 20여일째 농성 중이다. 경남 진주의료원 노조는 3~5개월씩 밀린 월급을 해결하라며 원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추석 명절이 바로 코앞인데 마음이 아픈 이들이 있다.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해 차례상을 차릴 여유도, 고향에 갈 형편도 못 되는 체불임금 근로자들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체임 근로자는 19만2000명, 체불액은 791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인원은 6.7%, 체불액은 8.3%가 늘었다.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직종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근로자에게 임금은 자신뿐 아니라 딸린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생존수단이다. 임금을 주지 않는 행위는 한 가정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범죄와 다를 바 없다. 물론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영난에 빠진 기업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근로자가 일한 대가는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게 기업의 책무이며 기업주는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부는 해마다 설,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임금 체불을 뿌리뽑겠다며 전담반을 구성하는 등 법석을 떨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연말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임금체불 근로자 수가 계속 30만명을 오르내리고 체불액 규모도 1조원을 웃돈다. 깊어지는 불황이 임금체불의 주 요인인 것은 맞지만 정부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의례적인 재탕, 삼탕 대책을 내놓거나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처하기 때문이라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임금체불은 비단 명절에만 불거지는 문제가 아니다. 상시 감독을 통해 임금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청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고의적, 상습적 임금 체불에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일부 악덕 사업주들은 직원들의 임금을 주기 않기 위해 재산을 빼돌리거나 집단 체불후 줄행랑을 놓기도 한다. 고용노동부의 단속 차원을 넘어서 엄정하게 사법처리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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