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용량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삼성이 양 사 냉장고를 눕혀놓고 물과 캔을 넣어 비교한 뒤 용량이 적은 자사 제품에 물건이 더 많이 들어갔다며 이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배포했다. LG는 정부 인증기관이 인정하지 않는 자의적 실험이라며 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양 사의 다툼 대상은 857~910ℓ급 냉장고로 소비자가 주로 찾는 750ℓ급보다 배 가까이 비싸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는 글로벌 기업이 주력 소비자의 관심 밖 제품을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양 사는 그전에도 티격태격했는데 최근 그 행태가 도를 넘었다.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서로 비도덕적 집단으로 몰아간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 경쟁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관련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제도와 절차를 이용할 일이다. 더구나 싸움에 따른 피해는 단순히 양 사에 그치지 않고 협력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냉장고 크기를 놓고 싸우는 사이 정작 양 사가 선보인 900ℓ급 냉장고는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덩치가 너무 커 아파트 주방 냉장고 수납공간에 적합하지 않아서다. 900ℓ 삼성 제품은 위로 높아서, 910ℓ LG 제품은 옆으로 넓어서 설계된 공간에 들어가지 않거나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반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소비자는 염두에 두지 않고 크기 경쟁만 했다는 방증이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특허소송에서 보듯 소프트웨어 기술과 품질로 승부해야지 하드웨어 껍데기 싸움은 부질없다. 세계 곳곳에서 특허기술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자국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는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한 소송도 급증하고 있다. 같이 손잡고 대응해도 모자란 판에 엉뚱한 데 전력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맹추격하는 중국 업체에 밀리고 쇠락의 길을 걷는 일본 업체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 간 선의의 경쟁은 기술발전과 소비자 후생을 위해 필요하다. 경쟁은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 제품 개발로 해야지 상대방 헐뜯기로 해선 곤란하다. 글로벌 정보기술(IT) 리더답게 좁은 국내 시장을 놓고 치졸한 싸움을 벌일 게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길 기대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