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 소통의 자리...생산직 460명과 잔 부딪쳐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고신영달(고졸신화ㆍ영업의 달인)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이 27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고졸 출신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에서 취임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던 장 사장은 발로 뛰는 노력과 수십년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순조로운 경영안정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장 사장은 지난 6월20일 취임 일성으로 "학력에 대한 편견 없이 실력과 열정으로 사람을 뽑겠다"며 학력 제한을 없애고, 바로 현장행보를 시작했다. 100일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집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보냈다. 직원들의 어려움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밀착 경영을 실천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천, 광주, 청원공장을 돌며 25∼30명 씩 총 18회에 걸쳐 450여명의 생산직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했다. 앞으로도 760명의 모든 직원을 만날 때까지 '릴레이식 만남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장 사장이 소통을 위해 직원들과 만나 주고받은 술만 해도 1인당 1잔 기준으로 450여잔, 500ml 병맥주 기준 150병에 달한다. 이 정도 마셨으면 몸도 마음도 지칠만 한데 장 사장은 술을 마다하는 법이 없다. 따라준 사람의 마음을 버리는 것 같아 받은 술은 절대 버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도 술자리는 절대 피하지 않는 것이 30년 이상 지켜온 장 사장의 신념이다.
특히 장 사장의 이러한 열정은 명함에서도 그대로 들어난다. 대부분의 대기업 CEO들은 명함에 휴대전화번호를 적지 않지만 장 사장은 새로 만든 명함에 회사에서 지급한 업무용 휴대전화번호 외에 기존에 쓰던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함께 새겼다. 국내 최대 맥주업체의 사장이 됐지만 앞으로도 직원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발로 뛰는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다.
생산직 한 관계자는 "장 사장님은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과 재치 넘치는 유머로 경직돼 있는 직원들을 편안하게 해줬다"며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건의사항을 경청하고 성심 성의껏 대답하는 모습에 더욱 열심히 일해야 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오비맥주 직원들이 패기와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며 "자신감과 패기야말로 성공하는 직장생활의 요체다. 직장인들 사이에 월요병 이란 말이 있지만 휴일이 지나면 빨리 출근하고 싶은 회사, 웃음과 행복이 넘치는 신바람 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피력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것이 영업이라고 배웠다는 장 사장. 매사에 차분하고 합리적이지만 일단 방향을 정하고 나면 황소 같은 끈기와 인내로 일을 추진하는 장 사장의 행보에 주류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한편 장 사장은 대경상업고(현 대경정보산업고)를 졸업하고 주류회사에 입사해 33년간 한 우물만 판 국내 주류산업의 산증인이다. 1980년 4000여명이 지원한 치열한 경쟁을 뚫고 80명과 함께 진로에 입사해 주류영업현장을 발로 뛰며 성공신화를 썼다.
정치 깡패로 유명한 유지광의 주류 도매상을 담당하기도 했으며, 한기선 사장(현 두산중공업 운영총괄사장)과 호흡을 맞춰 참이슬의 성공을 이끌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8년 하이트주조ㆍ2009년 하이트주정의 대표이사까지 올랐으며, 2010년 1월 오비맥주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고졸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정상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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