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골든타임>에서 결국 최인혁(이성민)과 신은아 선생(송선미)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 선생이 약혼자와 헤어졌지만, 역시 그뿐이다. 하지만 둘이 동료 이상의 특별한 관계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최인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자리를 지키고 누구보다 꼼꼼하게 모든 걸 관찰하는 인턴 이민우(이선균) 선생이 둘의 묘한 기류를 포착하지 못 했을 리 없다. 아래는 수첩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민우가 가끔은 바로 옆에서, 가끔은 몰래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동안 기록한 최인혁과 신 선생의 밀당 일지다. <골든타임>이 끝날 때까지 풀리지 않았던 최인혁과 신 선생의 러브라인의 답답함을 솔직 담백 예리한 이민우와 함께 풀어보자.
2012. 7. 17
이 병원 참 정신이 없다. 아니, 응급 콜은 갑자기 빨리 오지도 않는 외과 당직한테 하라고 하질 않나. 최인혁 샘은 창고 같은 데 살면서 매일 수술만 하셨는데 너무 하는 거 아냐? 그나저나 최인혁 샘이 신 선생님이랑 조금 묘하신 거 같은데...... 뭐지? 최인혁 샘 수술 끊긴 걸 신 선생님이 막 분해하고 우시기까지 하고. 최인혁 샘은 또 신선생님한테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그그그그... 과신하면 안돼”라고 했단 말이야. 최인혁 샘이 말 더듬는 분도 아니고 평소 그렇게 과묵하신 분이 아름답다고 했단 말이지. 아름답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좋아하시는 거 아닌가? 두 분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 이미 사귀시나? 사내 커플? 오호라.... 아니야. 잠깐, 신 선생님 약혼자 있다고 했잖아! 그리고 최인혁 샘이 신 선생님 ‘떠날 사람’이라고 하니까 신 선생님은 “내가 언제!” 막 소리치고 그랬는데. 뭐야, 잠깐 근데 왜 우리 교수님한테 반말 하시는 거야? 응??? 그러면 안 될 거 같은데. 왜 우리 교수님한테???
2012. 8. 6
박원국 환자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었다니. 빨리 깨어나야 할 텐데... 그래도 최인혁 샘 오셨으니까. 근데 신 선생님이랑 최인혁 샘... 또 이상하네. 좋아하시는 게 확실한데. 그래, 남자 여잔데 친구가 어디 있냐. 에이. 근데 신 선생님은 최인혁 샘 사표 내는 거 싫어하셨으면서 말씀은 또 반대로 하시냐고. 최인혁 샘도 바로 알아들으셔야 하는데 갑자기 캐나다 준비는 왜 물어보시는 거야. 솔직히 여자가 그렇게 괜히 화내는 거 보면 딱 알지 않나? 아깐 최인혁 샘이 신 선생님 바라보는데 아, 그 눈빛이 또 장난이 아니고. 아냐, 나나 잘하자. 내가 지금 선생님들 러브라인 신경 쓸 때냐. 근데 최인혁 샘 진짜 리비아 가시는 거 아냐? 그럼 신 선생님이랑은 안 되는 건가? 그냥 같이 가시면 될 텐데... 아니 의사가 필요하면 간호사도 필요할 거고. 남자답게 그냥 가자! 나랑 살자!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신 선생님 가면 라면도 챙겨주실 거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2012. 8. 20
100% 두 분이 뭔가 있다. 100%야. 이건 정말 과학적이고 명백해. 분명히 오늘 회식 분위기는 좋았단 말야. 내가 건배 제의도 하고...... 내가 의사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어? 진지하게 용기내서 여쭤보고... 최인혁 샘이 “두려움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스스로 믿는 것 뿐”, 이런 멋진 말도 해주시고 분위기 굉장히 훈훈했는데.... 근데 마취과 선생님은 왜 갑자기 눈치 없게 신 선생님 캐나다 가는 이야기 꺼내셔 가지고. 아, 참나. 최인혁 샘 괴로우신 거 모르나. 에이, 어쨌든 그 덕분에 이제 확실해졌네. 최인혁 샘이 캐나다 가기 전에 밥 한 번 먹자는 말을 그렇게 소리치는 거 보니까 그래, 확실히 신 선생님 좋아하시는 거야. 근데 왜 또 남자 친구랑 같이 먹자는 거야. 그냥 두 분이 드시고 확 고백하시지. 붙잡으시면 되는 거잖아. 신 선생님 후임은 또 왜 뽑으셨는지 참 답답하단 말이야. 신 선생님도 잡아주길 기다리시는 거고, 딱 사이즈 나오는데. 캐나다 가지 말라고 왜 말을 못해!!! 내가 말할 뻔 했네.
2012. 9. 3
이사장님, 아니 재인 샘 할아버님은 갑자기 쓰러지시고... 재인 샘 참 걱정이네. 외상센터는 또 잘 만들어지나? 뭐냐 진짜. 참 후임 간호사도 뽑았던데. 그럼 진짜 신선생님 가시는 건가? 뭐, 후임 간호사 분 귀엽고 밝긴 하던데. 총명탕도 준비하고. 밝고 열정적이고 총명탕 준비하는 후임과 아메리카노만 주는 무서운 신 선생님이라...... 최인혁 샘 흔들리시는 건 아니겠지? 그렇겠지? 에이, 설마. 아까 그 선생님 인사 받고 좋아하시는 거 보고 놀라긴 했는데... 아니, 나한테도 그렇게 안 웃어주셨는데 갑자기 그렇게 헤벌쭉 하시면...에휴. 신 선생님은 또 바로 질투 하시고. 그럼 그냥 좋다고 하시지 말야. 어...? 설마 최인혁 샘 일부러? 신 선생님 질투하게 하려고? 천잰데...? 역시 이 밀당엔 삼각관계가 딱이라니까. 다른 사람이 등장해야 좀 긴장하고 움직이고 표현을 한다고. 그럼 약혼남은 진짜 어떡하지? 아, 모르겠다! 근데 재인 샘은 괜찮나?
2012. 9. 10
너무 답답해서 내가 그냥 말해버렸는데... 괜찮나? 아니, 신 선생님이 갑자기 왜 병원에서 최인혁 샘 싫어하는지 알겠냐고 하시냐고 묻는데 말이 되는 소리여야지 모르는 척 하지, 이건 뭐. 근데 신 선생님은 또 모르시는 척 하시고... 그냥 나처럼 좋아하면 좋아한다 하시지. 그래도 최인혁 샘 화 안 내고 허허 웃기만 한 것도 어디야. 두 분 이제 지칠 때도 됐는데 진짜 신기하다. 최인혁 샘은 여전히 환자 생각밖에 안 하고 신 선생님은 구박하는 것처럼 신경 써주시고... 아니, 두 분은 그렇게 쑥스러우신가. 아니다. 이것도 그냥 두 분만의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하자. 두 분 어렵게 가시는 것도 하루 이틀 아니고 티격태격 하시면서 행복하시겠지. 뭐 보는 사람 다 답답해도 두 분만 행복하시면 되지... 참나. 최인혁 샘 나한테 하는 것처럼 버럭버럭 소리 지르고 고백하시지. 이 여자가 내 여자다! 화끈하게! 자꾸 그렇게 쓸쓸해 보이기만 안 되는데. 아, 답답해! 아니다. 내 일이나 잘 하자. 난 인턴이니까. 욕먹기 전에 소변이나 체크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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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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