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매립장, 폐염전, 폐탄광, 간척지 "버려진 땅들이 친환경골프장으로"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쓰레기매립장'이 골프장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바로 21일 개장하는 에콜리안 제천골프장(사진)이다. 충북 제천시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함께 제천시 고암동 일대 쓰레기매립장에 조성한 9홀 규모 골프장이다. 2010년 1월 착공해 지난 2월 준공됐고, 이후 7개월간 개장을 준비했다. 당연히 버려진 땅을 골프장으로 재활용했다는 게 최대 화두다. 사실 국내에는 쓰레기매립장은 물론 폐염전이나 폐탄광 등에 조성된 골프장도 많다. 바야흐로 '친환경 골프장'시대다.
▲ "쓰레기 매립장을 골프장으로"= 원조는 서울 난지도골프장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01년 서울시와의 협약을 통해 난지도에 146억원을 투입해 만들었다. 이 골프장은 그러나 완공 뒤 당시 서울시장의 "시민들을 위해 공원을 만들겠다"는 선언에 의해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골퍼들이 "거금을 투자해 완성된 시설이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무용지물이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까닭이다.
이번 에콜리안 제천은 357억원(공단 150억원, 제천시 207억원)이 투입됐다. 약 11만평의 부지에 9개 홀 규모의 코스와 클럽하우스, 주차장, 관리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공단측은 골프장을 시에 기부하고 투자비(150억원)를 회수할 때까지 운영권을 갖는다. 공단은 2006년부터 전국 6곳에 친환경 대중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다. 에콜리안 제천이 광산과 정선에 이어 세번째 개장이다.
수도권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라운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주중에는 2만9000원(18홀 5만8000원), 주말은 3만9000원(18홀 7만8000원)이다. 수동카트를 제공하지만 무료다. 캐디도 없다. 대신 경기진행요원이 플레이를 조율한다. 클럽하우스는 소박하지만 식음료 가격이 비싸지 않다. 그야말로 걸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온전한 대중골프장인 셈이다.
▲ "폐염전과 폐탄광을 골프장으로"= 총 81홀 규모, 단일 골프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북 군산골프장 부지도 원래는 염전이었다. 천일염 생산지로 명성을 날리다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바닷물이 막혀 서서히 염전이 사라지게 됐다. 처음에는 국제 자동차경주장이 계획됐다가 중도에 표류했고, 결과적으로 골프장이 돌파구가 됐다.
군산레저산업이 방치된 땅을 사들여 총연장 45km에 달하는 골을 파고, 흙을 채취한 부분에는 물을 채우는 친환경공법을 적용했다. 충남 당진 파인스톤과 전북 고창 역시 폐염전 부지다. 국내외 프로골프대회를 개최하며 명코스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는 간척지에 72홀 규모의 매머드급 골프장을 건설해 수도권 골퍼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강원도는 폐광이 골프장으로 부활했다. 정선 하이원이 대표적이다.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폐석더미가 산을 이루며 흉물스런 몰골로 남아있던 곳이다. 지금은 골프장과 더불어 카지노까지 보유한 호텔과 스키장 등 종합리조트 시설이 들어섰다. 충북 단양의 오스타 단양도 석회석을 채굴하던 지역이었다. 현대성우리조트는 캐나다 벤쿠버의 부차드가든골프장을 벤치마킹했다.
'불모의 땅'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은 골퍼들은 물론 전 국민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골프장을 꾸미면서 코스 내에 연못과 호수를 만들고, 조경수 등을 대거 식재해 생태계 복원에 큰 효과가 있다. 또 고용 창출 등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경제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코스설계가 송호씨는 "외국에도 매립지나 간척지, 채석장들을 활용한 코스가 많다"면서 "정부에서도 더 많은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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