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뤽 쾬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 겸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위원은 스페인에 대한 금융지원이 없으면 스페인 국채 금리가 다시 솟구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지원 요청을 주저하고 있는 스페인에 구제금융을 신청해 ECB의 도움을 받으라고 촉구한 것이다. 그는 스페인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ECB는 결코 스페인 국채 매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쾬 집행위원은 유럽경제금융센터(EEFC)가 마련한 한 세미나에 참석해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려 하지 않는다면 스페인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ECB의 국채 매입 계획 발표를 계기로 가파르게 하락하던 스페인 국채 금리는 최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10일 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인 5.55%까지 하락한 후 최근 3거래일 연속 오르며 전날 5.98%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6%를 돌파하며 6.01%까지 올랐다. 국채 금리가 하락하자 스페인 정부는 구제금융 신청에 주저했고 이에 시장의 역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쾬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으려 들면 스페인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고 결국 스페인 정부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라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쾬은 필요하다면 ECB가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나 3년 만기 저금리 대출(LTRO) 등을 꼽았다. 그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 수 있고 LTRO를 어느 정도 확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쾬은 특히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현재 0%인 예금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중 은행들이 ECB에 예금을 맡길 때 오히려 이자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쾬은 "하나의 방안 중 하나"라며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ECB가 노골적인 양적완화에 나설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ECB의 임무와 조약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쾬은 또 ECB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SMP)을 시행했던만큼 유로존 국채 매입에 어떤 입장이 변한 것은 아니라며 새로 도입한 전면적 통화거래(OMT)와 관련한 국채 매입은 지원을 요청하는 국가가 제출한 재정 개혁 조치와 직접 연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ECB가 지원을 요청한 국가들이 재정긴축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국채 매입 여부도 매일 바꿀 수 있는 결정권이 있다며 정치적 견해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쾬은 또 OMT를 통해 매입한 국채는 우선 변제권을 갖지 않는다며 따라서 OMT를 통해 매입한 국채에서는 ECB가 손실을 감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국채에 대해서도 손실을 떠안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쾬은 많은 ECB 관계자들이 국채 매입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국채 매입이 각국 정부의 지출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MT에 나선 것은 정부에 시간을 벌어주고 구조 개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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