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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엔진, STX가 두산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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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수주잔고 역전…사업다각화에 희비 엇갈려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선박용 저속엔진 시장점유율 세계 2위인 두산엔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조선경기 불황으로 주요 매출처인 대형 조선사 수주물량이 크게 줄면서 3위 업체인 STX엔진보다 수주잔고가 내려간 것이다.


19일 두산엔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주잔고가 3조4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57억원(24.1%)이나 줄었다. 신규 수주는 급감하고 기존에 수주한 물량은 납품을 완료하면서 수주잔고가 쪼그라든 것이다.

반면 경쟁사인 STX엔진은 수주잔고가 크게 늘면서 두산엔진을 앞섰다. STX엔진의 올 상반기 수주잔고는 3조37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조3028억원(62.9%)나 급증했다.


이처럼 두 회사의 수주잔고 역전은 그룹 내 계열사 물량 확보 유무와 사업 다각화 여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엔진의 경우 그룹 내 조선사가 없고 선박엔진 매출 비중이 전체의 96.6%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STX엔진은 그룹 내 STX조선해양을 비롯해 STX유럽 등 다수의 조선사가 포진해 있는 데다 매출 비중도 선박엔진 70.3%, 디젤발전기 엔진 10.2%, 방산용 특수엔진 14.9%, 음파탐지기 등 전자통신장비 4.6%로 다변화돼 있다.

특히 두산엔진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이 최근 선박보다는 해양플랜트 수주에 주력하고 있는 점도 두산엔진의 매출 급감을 가져온 요인 중 하나다. 실제 두산엔진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 중 이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2.6%로 과반이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매출 비중이 38.7%로 크게 떨어졌다. 두 회사에서 벌어들인 매출액도 지난해 상반기 5281억원에서 올 상반기 2992억원으로 43.3%나 줄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선박엔진 사업부문을 갖고 있어 두산엔진이나 STX엔진에 발주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선박엔진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매출과 수주잔고가 줄어들자 두산엔진은 지난해 말 4개 저속엔진 공장 중 4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계열사인 두산메카텍에 임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엔진의 공장 평균 가동률은 올 상반기 52%로 지난해 같은 기간 62%보다 10%포인트나 떨어졌다.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황이 나빠지면서 신규 선박 발주가 급감해 선박엔진 제조사들도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나마 계열 조선사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거나 다른 먹거리가 있는 회사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시황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어려움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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