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최고상 받아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김기덕(52) 감독의 '피에타'가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Leone d'Oro)을 수상했다. 세계 3대(칸·베를린·베니스)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최고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 69회 베니스영화제 폐막식에서 시상을 하러 나온 마이클 만 심사위원장은 대상인 황금사자상으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크게 외쳤다.
시상대에 오른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베니스영화제에서 영화 '피에타'를 선택해준 모든 이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당초 상을 타면 부르겠다고 약속했던 '아리랑'을 불렀다.
조민수(47)와 이정진(34) 주연의 '피에타'는 앞서 영화제 기간에 비공식 3관왕을 달성해 본상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기자들이 뽑는 '골든 마우스상(MOUSE D'ORO)'과 이탈리아의 유명 작가 나자레노 타데이(Padre Nazareno Taddei sj)를 기리기 위해 2007년 신설된 '나자레노 타데이상(Premio P. Nazareno Taddei)', 이탈리아 교육부가 주관하는 '젊은 비평가상' 등이 피에타가 받은 상들이다.
외신에서도 일찌감치 그의 영화에 대한 호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현지 취재 언론들로부터는 별점 5개 만점 중 평균 4개 반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와 더불어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과 미국 영화감독 마이클 만 심사위원장의 역할도 컸다.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2000년 김기덕 감독의 '섬'을 영화제에 초청해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리고, 이후에는 김기덕 특별전을 직접 기획할 정도로 그의 팬임을 자처한인물이다. 마이클 만 심사위원장은 '피에타'를 황금사자상 후보로 직접 선택했다.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의 '피에타'는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작품이다. 잔혹한 방법으로 사채빚을 받아내는 악랄한 남자 앞에 갑가지 엄마라는 여자가 찾아온 뒤 겪게 된 격동과 혼란, 이후 점차 드러난 잔인한 비밀을 그려냈다. 영화는 김 감독 특유의 충격적이면서도 예상을 뒤엎는 스토리와 영상으로 구원과 자비, 용서에 대해 풀어낸다.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 영화가 초청된 것은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이후 7년만이다. 김 감독은 2004년 '빈 집'으로 은사자상을 수상한 뒤 8년만에 베니스를 다시 찾아 최고상을 거머쥐었다.
은사자상(감독상)은 '더 마스터'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더 마스터'의 주연인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공동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필 더 보이드(Fill The Void)'에 출연한 이스라엘 여배우 하다스 야론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 특별상(Special Jury Prize)은 '파라다이스: 믿음(Paradies: Glaube)'을 연출한 오스트리아의 울리히 사이들 감독이 받았다. 각본상은 '섬씽 인 디 에어(Apres Mai)'의 각본을 쓴 프랑스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수상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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