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베니스영화제에서 4관왕 수상..인간의 구원에 대한 질문 던져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은 김기덕 감독의 신작 '피에타'는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피에타'의 뜻에 맞게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주인공 '강도(이정진)'는 온갖 잔혹한 방법으로 사채 빚을 받아내는 악랄한 인물이다. 실수로 300만원 원금을 빌렸다가 사채빚이 3000만원으로 늘어나 갚을 길이 없는 채무자들의 손가락이나 손목을 자르고, 다리를 부러뜨린다. 채무자들의 대부분은 청계천 인근의 인쇄소, 공장 등의 노동자들이다.
인정사정없이 극악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대하던 '강도'가 조금씩 변한 것은 '엄마(조민수)'라는 사람이 찾아오고 나서부터다. 30년을 부모와 세상에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던 '강도'는 '엄마'를 밀쳐낸다. 그러다 조금씩 모성이라는 것에 의지하게 된 강도는 세상에 대한 닫힌 마음도 열어간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지면서 '강도'의 잠깐이나마 평화로웠던 시간도 끝이 난다. '강도'는 뒤늦게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악행을 돌아보지만 영화는 비극적 결말을 향해 몰아치듯 내닫는다. 김기덕 감독 특유의 폭력적이고 잔혹한 장면이 초반 내내 이어지고, 후반부의 반전은 충격적이고 서늘하다.
자본에 종속된 인간관계의 면면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불편한 물음을 던진다. "돈이 뭐냐"는 '강도'의 질문에 '엄마'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 답한다. 높은 곳에서 청계천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장면은 마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21세기에 재연된 듯한 느낌을 준다. 감독은 돈에 얽힌 인간들의 먹이사슬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실제로 청계천은 김기덕 감독에게 개인적으로도 의미있는 공간이다. 김 감독은 최근 피에타 제작보고회에서 "15살 때부터 7년간 청계천에 있는 공장에서 일했다. 당시 청계천은 나뿐만이 아닌 대한민국에게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기계 산업의 시초와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최근에는 아쉽게도 주위에 고층 빌딩이 세워지면서 그 색을 잃어가는 것 같다"며 "영화 '피에타'를 통해 사라져가는 청계천과 인사도 하고 싶었고 이런 점을 자본주의와 연관을 지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반전과 메시지를 던지는 '피에타'는 이번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외신의 반응도 뜨거웠다. '피에타'는 현지시각 3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인 프레스 상영이 끝난 뒤 기자들로부터 이례적으로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로이터 통신은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한국의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를 뒤흔들다"라고 극찬을 쏟아냈고, 미국의 영화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일찌감치 피에타를 황금사자상 감이라 평가했다.
'피에타'는 황금사자상 뿐만 아니라 영화제 기간에도 '골든 마우스상', '나자레이 타데이상', '젊은 비평가상' 등을 받아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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