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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피에타', 베니스 황금사자상으로 세계적 명성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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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피에타', 베니스 황금사자상으로 세계적 명성 재확인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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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수상한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 1절을 부르겠다" 베니스로 떠나기 김기덕 감독이 장담했던 말이 현실로 이뤄졌다. 9일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진행된 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베니스 영화제와 김 감독의 인연은 유독 깊다. 베니스 영화제는 2000년 '섬'을 초청하며 김 감독이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해줬다. 2001년에는 '수취인 불명'으로 베니스를 다시 찾았고, 2004년 경쟁부문에 진출한 '빈 집'은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드디어 황금사자상을 안겨 준 피에타는 4번째 베니스 참가작이다.

이로서 김 감독은 한국영화 처음으로 소위 3대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감독이 됐다. 지금껏 한국영화계의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 진출작은 많았으니 그랑프리를 받은 작품은 없었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2004년 김 감독이 '사마리아'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빈 집'으로 베니스 은사자상을 수상했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도 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최고상 수상에는 실패해왔다. 김 감독의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 여부에 영화제 기간 내내 관심이 쏠렸던 배경이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던 김 감독은 30살이 되던 해 무작정 파리로 떠나 그림 공부를 한다. 그 전에는 공장에서 돈을 벌었고 신학교에 다니기도 했다. 유럽에서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던 중 생애 최초로 영화를 보고 감독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 감독은 1996년 저예산영화 '악어'를 내놓으며 감독으로 데뷔한다 . 한강에서 자살한 시체를 숨겼다가 유가족들에게 돈을 받아 살아가는 남자와 성폭행 충격으로 자살하려다 실패한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데뷔작에는 이미 김 감독의 '인장'이 된 영화적 성격이 드러나 있다. 이후 '야생동물 보호 구역', '나쁜 남자', '사마리아'등 김 감독은 거의 매년 '문제작'을 발표했다.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알레고리로서의 캐릭터와 충격적인 폭력성, 서슴없이 극단을 치달리는 극의 설정은 김 감독의 영화를 꿰뚫는 일관적 면모다.

오래 전부터 해외 평단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아 온 김 감독이지만 한국 영화계와는 불화했다. 2008년 '비몽'이후 오랫동안 은둔 생활을 해 온 김 감독은 2011년 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대작 '아리랑'에서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과 한국 영화계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김 감독의 영화는 유독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했고,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먼 만큼 제작 환경 또한 열악했다. 여기에 주변인들의 배신이 겹쳐지며 김 감독의 은둔 생활은 길어졌다.


그만큼 '피에타'의 황금사자상 수상은 완벽한 재기가 됐다. '피에타'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간들 사이의 애정을 경애하고 삶의 희망을 모색해 온 김 감독 영화의 성격은 뚜렷하다. 다만 김 감독에게 '악명'을 안겨 준 폭력성은 기존에 비해 줄어들었다. 2000년 '섬' 상영 당시 관객 2명이 기절해버린 것은 유명한 일화다. '피에타'는 스크린에 지나치게 잔혹한 장면을 보여 주면 영화의 다층적 의미를 무너뜨릴 수 있어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김 감독은 다음 작품을 묻는 질문에 두 가지를 꼽았다. "사람들이 돈 때문에 서로를 식인하는 것에 대한 영화, 두 번째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같은 유명인들이 보여지는 방식에 대한 영화"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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