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삼촌의 마음을 움직여라"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조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는 우리 시대의 삼촌들이 뜨고 있다.
결혼 적령기가 갈수록 늦춰지고 그 여파로 조카를 위해 물질과 정성을 쏟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싱글족 삼촌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삼촌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촌의 조카 사랑을 소재로 한 TV CF가 온에어되는가 하면, 삼촌을 테마로 한 책이 나와 인기리에 팔리고, 삼촌을 앞세운 음식점이나 의류쇼핑몰도 등장했다.
소녀시대나 아이유 등의 삼촌 팬 팬덤 현상은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삼촌 마케팅 성공 사례로도 해석될 수 있다.
"삼촌, 나 불고기 만들어 줘"
"쉬운게 아니야...아! 불고기 하자"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 대화는 CJ제일제당 백설의 사리원 불고기 양념 TV CF에서 고수와 아역 배우 박민하양이 주고 받는 대사다.
불고기를 만들어 달라는 조카의 투정에 요리가 서툴어 난감해 하던 삼촌이 백설 사리원 불고기를 떠올리며 조카를 위해 멋진 불고기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사리원 불고기 양념은 요리 왕초보인 삼촌도 간편하게 맛을 낼 수 있는 소스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통상 식음료 브랜드의 주인공 캐릭터는 엄마가 도맡아왔으나 삼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고객의 시선을 붙잡은 삼촌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현재 CJ제일제당 백설 고기양념은 MS 1위(AC닐슨 Retail Index 2012년 1~7월 누계 판매액 기준)를 달리고 있다.
이주은 CJ제일제당 부장은 "식품 브랜드 CF로는 다소 독특하게 요리 초보인 삼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백설 사리원 불고기 양념은 2번 재운 양조간장에 7가지 과일과 야채로 맛을 내 재우지 않고도 고기에 붓기만 하면 간단하게 부드럽고 담백한 황해도 사리원식 불고기를 만들 수 제품의 특징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촌을 간판 이름으로 내세운 의류쇼핑몰이나 레스토랑도 등장했다.
'삼촌이 간다(http://go3c.co.kr/)는 최근 뜨고 있는 인기 의류쇼핑몰.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젊은 남성들을 주 타깃으로 한 쇼핑몰로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삼촌을 전면에 내세우는 위트 있는 쇼핑몰 네이밍과 차별화된 유통 구조와 마케팅 활동으로 일일 방문객 1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서울 홍대 앞에 있는 레스토랑 '보노지오'도 삼촌 마케팅을 내세워 소문난 맛집으로 자리매김했다. 보노지오는 한국말로 좋은삼촌이라는 뜻으로 가게의 주인은 조카와 같은 대학생들을 생각하며 좋은 재료만 써서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담아 레스토랑의 이름을 보노지오로 지었다고.
서점가나 극장에서도 삼촌 마케팅은 예외가 아니다.
물에 빠져 바보가 된 삼촌 봉구가 하나 뿐인조카 은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소설 '봉구 삼촌'(이상훈 저)이 서점가를 강타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이 소설을 영화화한 영화 '봉구 삼촌'이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최근 3040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종영된 인기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도 삼촌들의 조카 사랑은 나름 진하게 그려졌다. 주인공인 장동건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친구(이종혁, 김수로, 김민종)들이 조카 같은 장동건의 아들에게 선물을 사주며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사실상 삼촌이나 다름 없는 자신들의 따뜻한 마음을 장동건의 아들에게 전하는 장면이 감동적으로 그려진 바 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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