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성적표를 위조한 사실을 들킬까봐 잠자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A(19)군이 항소심에서도 단기 3년, 장기 3년6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선고문을 읽던 판사는 '자녀를 둔 어미의 심정'으로 고통을 공감한다며 목이 잠겼다.
서울고법 형사10부(조경란 부장판사)는 6일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수개월 동안 방치한 혐의(존속살해·사채유기)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A군의 항소심에서 "원심의 형량은 적정하다"며 검사와 변호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어머니를 살해한 죄질이 매우 좋지 않아 소년을 형사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당방위는 사회일반이 용인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소년은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 전문상담소를 찾거나 가까운 지인에게 알리는 등의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사건당시 3일 정도 어머니로부터 성적 향상을 이유로 금식을 강요당하고 잠도 못잔 상태에서 골프채로 100~200대를 맞는 등 심한 처벌을 당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날 선고문을 읽던 조경란 부장판사는 "소년에게 실형이 바람직한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며 "피고인과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로서 가슴깊이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한다"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조 부장판사는 "소년은 범행이 자신의 존재의 기초를 무너뜨린 것으로 스스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임을 인정하고 있다"며 "소년과 아버지의 반성문을 보니 소년이 올바른 심성을 갖고 있고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부장판사는 잠긴 목소리로 "그러나 형벌은 한사람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일정기간 가장 낮은 곳에서 섬김과 봉사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오히려 유익하리라 판단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어 "소년을 아버지의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해 안타깝지만 소년의 장래를 위해 소년과 아버지가 믿는 하나님께 기도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A군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3월 전교 1등을 차지하라고 강요하는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8개월 동안 시신이 놓인 안방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해 범행을 숨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단기 3년, 장기 3년6월 실형을 선고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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