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2010년 인천에 문 연 경인의료재활병원의 건설ㆍ운영비 정산을 놓고 인천시와 대한적십자사 간의 날 선 공방이 멈추지 않고 있다.
세금으로 마련된 건설ㆍ운영비를 '엉뚱한' 곳에 썼다는 인천시와 "납득할 수 없다"는 적십자사의 입장이 2년 넘게 평행선을 긋고 있다.
5일 두 기관에 확인한 결과 인천시는 적십자사 측에 29억400여 만원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인천시 예산으로 지원한 재활병원 건립ㆍ운영비 중 적십자사 소유 기존 '인천적십자병원'의 시설 구축비 등으로 쓰인 돈을 되돌려 달라는 것이다.
문제가 된 적십자병원 시설은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비롯한 9개 진료과다. 인천시는 적십자사가 자체 예산으로 확보했어야 할 이 시설들을 재활병원 건립비로 마련하고 운영비까지 갖다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 시설들은 개원 이후 한동안 재활병원 안에 설치돼 운영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장애인복지과 담당 팀장은 "수술실, 중환자실은 거의 대부분 재활 환자가 아니라 적십자 병원을 찾은 일반 환자들을 위해 쓰였다. 재활환자들에게 쓰라고 지원한 돈이 그야말로 엉뚱한 곳에 쓰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적십자사의 재활병원 '임의'사용에 대한 '배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법무 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임대료와 사용료 명목으로 27억3500여 만원을 납부하라며 적십자사를 압박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인천의 반환ㆍ배상 요구를 반박한다. 애초 재활병원 건립 추진 당시부터 기존 적십자병원과의 통합 운영이 전제돼 있었고 수술실ㆍ중환자실 등은 재활환자들에게도 필요한 시설이라는 입장이다.
적십자사 경인의료재활병원 관계자는 "개원 전 시설 점검 때 수술실ㆍ중환자실 2곳을 재활병원 안에 두는 것에 대해 인천시도 동의한 바 있다. 다른 진료과들은 인천시의 요구로 대부분 철수시켰고 3개 외과도 이 달 안에 기존 병원으로 옮길 계획이다. 그런데도 50억원이 넘는 반환금을 요구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 측의 팽팽한 이견은 최악의 경우 법정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인천시는 지난 3일 개원한 인천시의회 임시회 업무보고에서 "적십자사가 재활병원 정상화에 미온적일 경우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인천과 경기도 지역의 재활거점인 경인의료재활병원은 지난 2010년 2월 보건복지부와 인천시가 370억원을 반씩 부담해 지었다. 대한적십자사가 부지와 건물의 소유권과 재활병원 운영권을 갖고 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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