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미국에선 아동 성범죄는 초범이라도 25년부터 종신형으로 처벌하기도 합니다”
4일 서울중앙지검청사를 찾은 박향헌(49·미국명 Ann H. Park)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검찰청 검사는 최근 발생한 ‘나주 초등생 성폭행사건’을 미국에서 처벌할 경우 중형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박 검사는 성범죄를 무겁게 처벌하고 피해자 보호를 중시하는 미국의 사법 시스템을 소개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1994년 이후 아동을 대상으로 한 흉악사건의 증가가 꾸준히 형량을 높여왔다. 성범죄를 세 번 이상 저지를 경우 가장 짧은 형기가 25년 이상으로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삼진아웃법’ 등이 그것이다. 박 검사는 “납치나 상해가 수반된 아동 성범죄는 초범이라도 징역 25년에서 종신형까지 선고된다”고 말했다. 나주 사건 피의자 고종석의 경우 미국 법정에 서면 감옥에서 짧아도 25년 이상을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박 검사는 또 “미국에선 성범죄로 형량이 정해질 경우 무조건 형기의 85%는 채우고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검사는 이어 “미국에선 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직접 물질적·정신적 피해 보상을 받을 권리를 인정해 가해자가 형을 받게 되면 피해보상을 법으로 정해준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따로 가해자와 합의를 보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경제적 구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 검사는 또 미국의 경우 가해자는 출소 이후에도 보호관찰 및 전자발찌 착용은 물론 지내는 곳과 직업 등을 경찰에 평생 등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검사가 꼽는 성범죄 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피해자·주변인의 ‘신고’다. 박 검사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수사기관에 제보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성범죄를 접한 교사, 의사 등은 직접 경찰에 신고해 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있다.
박 검사는 이어 “미국도 성범죄 피해자인 아동이나 여성이 창피함, 사회적 흠집 등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의 초점을 가해자에 맞춰 피해자를 감싸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가해자의 범행이 드러나지 않고 계속돼 더 큰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지적했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박 검사는 1980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UC버클리에서 심리학과 여성학을 전공하고 1991년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박 검사는 LA카운티 지방검찰청에서 19년간 검사생활을 하며 그 중 반 이상을 아동·청소년 사건을 다뤄 온 성범죄 전문가다.
박 검사의 이번 방한은 지난달 여수에서 열린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참석 차 이뤄졌으며, 이날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 안미영 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등과 면담했다. 박 검사는 내년부터 한국계 검사 100명이 가입한 한인검사협회 회장으로 일할 예정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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