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사 회장 선출 문제로 시끌, 이시종 지사 “이장선거도 이렇게 안해” 비판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 선출 문제로 충북도가 시끄럽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이장선거도 이렇게는 안 한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고 박경국 충북도 행정부지사는 ‘정지척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충북지사 회장은 당연직 명예회장을 맡은 도지사가 차기회장을 추천하면 추대형식으로 회장에 올라왔다.
이번엔 이 지사가 남기창(72) 전 청주대 교수를 추천(5월), 본사 총재의 사전인준(6월)까지 받았다. 상임위원회의 추대란 형식만 남았던 게 지난 9일 열린 상임위에서 경선을 결정, 성영용(65·전 충북도교육위 의장) 후보가 당선됐다.
위원회엔 18명의 상임위원 중 16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15명이 투표해 성영용 후보가 10표를 얻어 남 후보를 제쳤다.
이날 회장선출을 위한 경선은 충북지사가 생긴 이래 처음이다. 회장선출은 상임위원추천을 받아 후보가 1명일 경우 추대를 통해 뽑았다. 여러 명이 추천됐을 때도 일종의 면접인 전형위원회를 거쳐 후보를 1명으로 압축, 회장을 뽑아왔다.
이 지사는 “상임위는 추천인사의 가부만 결정하면 그만인데 절차를 무시하고 표결해 본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스스로 흐트렸다”며 “동네 이장선거도 이렇게는 안 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지사가 반발하자 적십자사 본사는 성 당선자에 대한 인준을 미뤘다.
한 동안 회장 없이 충북지사가 파행을 겪자 지난 27일 이 지사가 추천한 남 전 교수는 회장후보 사퇴를 밝혔다. 남 전 교수는 27일 ‘적십자사 중앙회 전국대의원’ 자격으로 작성한 ‘무엇이 진정 충북적십자를 위한 길인가’란 제목의 글을 충북도에 보내 “적십자사가 차기회장문제에 대해 보다 자유로울 수 있도록 회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 전 교수는 또 “앞으로 그 어떤 경우라도 충북적십자회장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 전 교수의 회장후보사퇴가 발표되자 대한적십자사는 다음 날(28일) 성 후보자를 회장으로 인준했다.
이러자 박경국 충북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 인준과 관련한 충북도 입장’을 발표했다. 회장인준에 ‘정치적 외압’이 작용했다는 게 입장의 뼈대다.
그는 “지난 27일까지 제3의 인물을 천거하겠다고 했던 적십자사가 돌연 성 후보자를 일방으로 인준한 뒤 그 사실을 도에 통보했다”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적십자 중앙회에 정치적 외압이 작용했던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의문을 던졌다.
박 부지사는 “적십자사가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할 공평과 정치적 중립(적십자 정관 1조)이 심각하게 훼손된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안타깝고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2개의 태풍이 몰아쳐 피해복구에 힘을 모아야할 적십자사와 충북도가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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