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가계대출 금리에서 코픽스(COFIX, 은행자금조달지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를 앞질렀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코픽스 가계대출 잔액은 155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34.2%를 차지했다. CD 가계대출비중은 33.9%를 나타냈다. 가계대출에서 코픽스가 CD를 역전한 것은 2010년 1월 코픽스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코픽스 연동 가계대출 비중은 2010년 9월 말 10.2%였지만 매 분기마다 3~6%포인트씩 꾸준히 늘었다.
코픽스 기준 가계대출이 확대된 데는 금리가 CD보다 낮고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코픽스 금리가 CD 보다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계대출 뿐 아니라 CD 금리를 쓰는 대출 전체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코픽스 금리가 도입되기 전인 2009년 12월말 CD연동 원화 대출비중은 49.6%를 차지했으나 지난 6월 말에는 27.2%로 반토막났다.
올해 6월 말 원화대출 잔액 1093조원 가운데 CD 연동 대출은 297조1000억원에 머물렀다. 지난 3월 말 327조3000억원 보다도 약 30조원이 감소한 수치다.
CD 대출 감소세는 최근 들어 뚜렷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금리 조작' 의혹을 품고 조사에 착수하면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오는 11월부터 가계 신용대출과 기업대출에 단기코픽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CD 대출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앞으로 2~3년 안에 CD 대출이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CD대출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왔고 특히 금리조작 의혹이 불거진 최근 몇 달 사이에 그 비중이 크게 줄었다"며 "이런 추세면 몇 년 내 CD대출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단기코픽스 대출이 CD 대출과 금리가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게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단기코픽스가 은행의 단기자금 조달비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만큼 가산금리를 낮게 매기는 게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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