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미국 배심원 제도 특징이 주요 배경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삼성전자와 애플이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법원과 미국 배심원단이 하루 차이를 두고 정반대의 결론을 내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9명으로 구성된 미국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으며 총 10억5185만달러(약 1조1938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삼성전자의 특허는 사실상 1건도 인정하지 않았다. 배심원단 평결에 2건의 오류가 발견돼 최종 판결을 지연되고 있지만 평결 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국내 법원이 사실상 삼성전자의 완벽한 승리를 인정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4일 삼성전자의 특허 2건, 애플의 특허 1건을 인정했는데 애플의 핵심 주장인 디자인 특허는 배제했다.
하루 차이를 두고 삼성전자의 안방과 미국의 안방에서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우선 자국 기업에 호의적인 여론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국내는 삼성전자, 미국은 현지 기업인 애플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도 미국에서는 언론 보도와 여론이 애플에 호의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미국 배심원 제도의 특징도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배심원들은 비전문가로 구성돼 어렵고 복잡한 설명보다는 스토리텔링에 귀를 기울인다. 배심원단을 상대로 한 '심리전'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소송에서 애플은 삼성전자의 디자인 특허 침해 등을 주장하며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아이폰을 배워야 한다고 질책한 삼성 내부 이메일, 갤럭시S와 아이폰을 비교해 개선점을 내놓은 삼성 내부 문건 등을 잇따라 공개했다.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아이폰, 아이패드를 그대로 모방했다는 하나의 스토리를 배심원단 앞에서 자연스럽게 끌고 간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의 통신 특허 침해를 주장하고 있어 스토리텔링에서 애플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사안이라 배심원들의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고 스토리텔리에서도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통신 이슈보다는 언뜻 보면 확인이 가능한 디자인 등을 앞세운 애플이 스토리텔리에서 강할 수밖에 없다"며 "배심원단을 상대로 한 심리전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압도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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