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대책으로 ‘위험성’을 막기에는 힘들다고 예상한다. 특히 최근처럼 글로벌 경제가 위험한 상황에는 장기적 대책보다 ‘단기적 처방’이 가장 시급하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의 ‘추락’은 가계대출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 통계청이 최근 집(아파트)을 보유한 가구의 가계 빚을 조사한 결과 가처분 소득보다 1.4배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 5월 0.85%를 기록했다. 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아파트 집단 대출 연체율 역시 1.71%까지 치솟았다. 가계부채의 ‘메가톤 폭탄’으로 하우스푸어를 첫 번째로 꼽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실질임금 상승세보다 경기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하우스푸어가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다는 상황이다. 또 생계난을 견디지 못해 집을 처분하는 ‘하우스리스’(houseless·무주택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경계선에 있는 중산층이 ‘몰락’할 수 있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중산층은 집을 가장 자산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중심에는 ‘하우스푸어’가 있다는 반증이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멈추면서 시작된 현상이다. 이 때문에 ‘하우스푸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우스푸어 자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물론 실질적인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팀장,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원형 연구위원 등 4명의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해 물어봤다.
그 결과 현재 분위기는 ‘위험’ 수위였다. 현재 ‘하우스푸어’ 등 부동산 위험성이 곧 가계부채로 전이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정부 정책만으로는 하우스푸어를 비롯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전문가마다 현재 하우스푸어 해결책이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장기적인 처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선 단기적인 처방이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전문가들 “정부 부동산 정책 신뢰 얻도록 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시장의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서울 ‘강남 3구’ 투기지역을 해제했지만,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집값만 계속 하락했다.
또 ‘20·30 DTI’는 오히려 부채만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8월 초 내놓은 세제개편안 역시 부동산 거래를 높이기 위해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실제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과 수도권의 거래량은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새누리당은 대선을 앞두고 각종 하우스푸어 대책을 내놓았다. 첫 번째로는 금융권의 공동출자를 통해 급한 매물을 매입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안이다. 또 하우스푸어 주택을 인수해 재임대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목적으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감면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주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수많은 정책이 국회에 묶여 있어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 이미 꽤 오래전에 나온 이야기지만 국회에서는 이른바 ‘눈치 보기'를 하고 있어 부동산이 살아날 수 있는 신호탄인 거래활성화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 불협화음도 문제다. 초과이익환수금 폐지 등 재건축 규제를 풀려는 국토해양부와 소형임대주택 비율을 늘이려는 서울시가 맞서고 있어 부처 간 줄다리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A공인중개사 사장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누가 집을 사고팔겠냐”며 “정부가 확실한 답을 내주지 않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더욱 위기를 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을 활용하는 ‘주택 전당포’제도
집값 하락과 거래 부진이 지속되고, ‘하우스푸어’에 이어 ‘렌트푸어’가 양산되면서 가계 자산 붕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불안과 우려가 큰 시기에 가장 근본적인 해결은 금융기관과 정부의 ‘양보’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 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금융기관의 이자 수익에 대한 양보와 적극적인 가계 부채 연착륙 의지가 절실할 시기”라며 “현재 거시경제 여건이나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볼 때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위기는 시장 내부 문제라기보다는 거시경제 영향이 크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내놓고 준비하고 있는 취득세 감면이나 분양가 상한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은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도 속속 나오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이런 주장에 동감하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이런 감면 제도들이 시장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위축된 수요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현재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는 주택구입자금 대출뿐만 아니라 생계형 대출까지 포함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퇴 연령층인 50대가 가계부채 연체율 증가 중심에 놓여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며, 현재 정부가 내놓은 ‘가계대출 연착륙 대책’은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민금융 지원에 국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은 자산을 보유한 중산층이라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는 이들의 문제가 부동산 경기와 거시경제가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보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구조변화와 세계 경제 상황을 볼 때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가계 부채 문제를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이 제안하는 방식은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차주(돈을 빌린 당사자)의 연령이나 경제상황에 따라 차별적인 접근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상환능력이 있는 30~40대는 20~3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로 전환하고, 차주가 실직했다면 일정기간 모기지 원리금 상환액을 감면해주는 방법이다. 또 다중 채무자의 경우 제2금융권에서 빌린 고금리 후순위 대출을 좀 더 싼 금리로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자보다 원금을 먼저 상환하는 방법이다.
50대 이상 차주에 대해서는 집을 다시 임차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제도 도입도 함께 제안했다. 이 제도는 주택 소유권의 일부나 전부를 금융기관이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나서 부실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처리할 수 있는 자산관리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차압 위기에 놓인 집이나 가계부채 조정을 위해 처분 주택을 일괄매입하거나 임시로 매입해 ‘임대주택’을 활용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각종 세제혜택 지원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
현재 가장 심각한 것은 기존의 하우스푸어를 넘어 렌탈푸어도 위험한 상황이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가계 부채 문제가 하우스푸어를 넘어 렌탈푸어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팀장은 “현재 정부가 내놓은 하우스푸어 대책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역부족이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소비 심리 상태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점이라고 박 팀장은 설명했다.
박 팀장은 “사람들의 비전이 무너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된다”며 “집을 사서 차익 실현을 해왔던 그동안의 방식이 한 번에 무너졌고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결국 ‘신뢰’를 상실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현재 정부나 정치권에서 준비하고 있는 ‘배드뱅크’와 ‘재임대’ 안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내놓은 안은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사람들과 형평성 문제로 불거질 상황이 높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대안’에는 위험성이 높다”며 “자칫 하우스푸어를 해결하기보다는 ‘도덕적 해이’만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이 바라보는 대안은 ‘활성화’다. 주택을 사고파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기대감이 바닥을 치면서 이런 분위기도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거래 활성화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다”며 “집을 팔지 못하는 사람들의 탈출구를 만들어줘서 거래를 우선 ‘터’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활성화를 위해서 내놓은 대안은 각종 ‘세제 혜택’이다.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을 인화해 거래에 활성화 시키자는 방안이다. 정부가 8월초 발표한 세법개정안보다 한시적이라도 더 강력한 세제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박 팀장은 또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내놓고 있는 공약과 정책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신뢰’를 많이 잃었던 만큼 계획성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 팀장은 “불황보다 무서운 것은 ‘불확실성’이다”며 “정책이 먼저 안정되고 사람들이 계속 거래할 수 있는 심리적 요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물경기 살리면서 단기적인 처방이 가장 시급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처방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우스푸어들이 집을 매매할 수 있는 여건을 높이고 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며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급매’로도 나가지 않는 부동산 시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락을 먼저 막고 거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현재 정부가 준비 중인 ‘재임대’ 방안과 최근 발표한 ‘20·30 DTI’ 정책만으로 거래를 형성하기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높다. 거래를 높이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전면 개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의견이다.
김 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 양도세, DTI 등 각종 규제를 일부만 풀 것이 아니라 전면 개방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에서는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우려가 많다고 하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은 투기목적보다 실제 거주목적이 높아졌기 때문에 대출 수요도 크게 늘지 않고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은 결국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연관성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시장이나 가계부채 위축은 결국 현재 ‘불황’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원형 연구위원은 정부가 내놓은 각종 부동산 정책보다는 실물경기 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매년 정부가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부동산 경기를 부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부동산 문제는 금융경제와 실물경기의 위축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것이 큰 이유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만 가지고 부동산 시장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금융이나 실물경기가 회복되어야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이 좋아 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실물 경기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진단했다. 소득이 증가하고 기대감이 높아져야 집을 구매하겠다는 욕구가 올라가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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