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높아진 일본·이머징·남미는 지금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줄을 잇고 있다. 일본, 이머징, 남미시장도 밝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예전처럼 ‘기대된다’는 시각보다 ‘가능성은 있지만 리스크가 더 많다’는 쪽이다.
“일본 지진피해 복구 수요 반짝 회복세”
지진, 방사능 등 국가적 위기를 겪은 후 일본은 여전히 힘든 모습이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일본의 경제 성장률을 3분기 5.3%에서 4.1%로 낮춰 잡은 것. 4분기에는 제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일본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엔화 강세 현상이다. 미국 경제의 침체 위험 증가와 유럽의 재정 위기는 안전 자산으로서 엔화 선호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증권 전민규 박사는 “일본 경제는 엔고 현상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지진 복구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율을 인상해야 하는 문제를 맞닥뜨리고 있어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진 피해 복구 수요와 기저효과에 힘입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일본 경제는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고 4분기에도 예상치를 상회하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는 복구 수요 발현에 따른 경제성장세가 확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 박정우 투자전략팀장은 “지진 충격으로 회복세를 보여 3분기 강한 반등이 예상되며, 4분기 다시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머징 마켓, 매력적이지만 성장 둔화 시작”
이머징 마켓 시장은 항상 기대심리가 뒤따른다. 이머징마켓 전문가인 프랭클린 템플턴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지난달 22일 여의도 기자 간담회에서 “이머징마켓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를 비롯 분산형 포트폴리오로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며 “프론티어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는데, 리스크가 높다고 생각하는 만큼 기회도 그보다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GDP상 아직 선진국 기준에 못 미치므로 아직 이머징마켓으로 분류가 적당하고 중국과 인도등 이머징마켓과 연관성도 높아 차라리 이머징마켓에 포함돼, 한국 내 비중이 높은 것이 외국인 투자자들한테도 관심 끌기에 유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15일 피델리티자산운용도 앞으로 선진국보다는 이머징시장이 더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닉 프라이스 피델리티자산운용 이머징마켓 주식부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서구 세계가 경기 둔화 위험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이머징시장의 투자 매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은 증가하겠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이머징시장의 변신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머징 국가에 대한 리스크 즉,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이머징 국가들은 선진국 경기와 무관하게 내수 확대를 통한 경기 호조, 이른바 ‘디커플링’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002년 우리나라의 사례에서 보듯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머징 국가가 내수 중심으로 성장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출 비중이 크면 클수록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수 성장률을 훨씬 더 많이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박사는 “이머징 국가가 선진국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디커플링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다소 시차를 두고 이머징 국가 경기도 선진국 경기를 따라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국가에 대한 시각도 각각 다르고 다양하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화년 연구위원은 인도에 대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면서 소비와 투자 증가세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그러나 내수 기반이 확고해 대외 경제 충격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말했다.
동남아에 대해서는 “재정 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2011년 하반기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타 자원부국(CIS, 아프리카, 중동)에 대해서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소폭 하락하나 여전히 높은 가격대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와 비슷한 경기 흐름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한편, 남미지역 중 브라질 경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반기와 비슷한 흐름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브라질에 해외직접투자 유입이 확대되고 2014년 월드컵을 대비해 정부도 인프라 투자를 증대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브라질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치적인 안정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였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이에 따라 “고용의 확대와 실질 임금의 상승, 외국인 자금의 유입과 투자 확대 등으로 2011년 하반기 브라질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월드컵 등 대형스포츠 이벤트 유치 등으로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석유 매장량의 증가와 희토류 등의 상업적 가치가 높은 세계적인 자원 부국으로서 성장 잠재력이 막대하다는 평가다. 단, 물가 불안, 헤알화 절상, 해외 자본 유출은 지속적인 악재 요소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경제성장률은 정정 불안 및 인플레 우려 지속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한편, 최근 모간스탠리는 내년 남미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4.6%에서 3.6%로 조정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 성장 둔화로 남미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경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올 경제 성장 전망치는 4.6%에서 4.4%로 내려 잡았다.
이코노믹 리뷰 이학명 mrm9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