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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리더學]남의 말 다 옳다던 老재상, 자식에게는 불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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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4>황희의 유연한 카리스마
파업 중인 자식뻘 대신 일일이 설득
균형과 상생·배려와 소통의 아이콘
세종실록 "편법 없이 정도를 따랐다"

[포커스리더學]남의 말 다 옳다던 老재상, 자식에게는 불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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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높은 자리에 오래 있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지위가 높을수록 경쟁이 치열하고 작은 실수 하나에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자리에 있으면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기란 매우 어렵다.

황희는 무려 18년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인 영의정으로 일하며 세종시대를 태평성대로 이끄는 것을 도왔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전해진 수많은 일화는 그의 강직하고도 너그러운 성품, 유연함 속의 카리스마를 짐작케 한다. 오늘 날 그는 역사 속 부드러운 리더십의 대표주자로도 꼽힌다.


세종은 그를 "세상을 다스려 이끌만한 재주와 실제 쓸 수 있는 학문을 지니고 있다. 만가지 사무를 하기에 넉넉하고 덕망 또한 모든 이의 사표가 되기 족하다(惟卿經世之才 適用之學 謀猷足以綜萬務 德望足以師百寮)"고 평가했다. 문종실록에는 "재상이 된 지 24년 동안에 중앙과 지방에서 우러러 바라보면서 모두 말하기를, 어진 재상이라 했다"고 전한다.


태종 대에 양녕대군의 폐위를 반대하다 귀양을 갔던 황희를 다시 관직으로 불러들인 이는 세종이었다. 황희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태종이 그를 중용할 것을 당부했고 세종이 그 뜻을 받아들였다. 인재를 알아보고 반대파도 끌어안은 세종의 안목도 있었지만, 황희 리더십이 갖는 특별한 힘 또한 오늘날 리더들이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황희의 리더십은 균형과 상생, 배려와 소통의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그는 틀에 얽매이지 않은 유연성을 갖고 있었다. 특정 분야에 구체적인 업적으로 이름을 남기기보다는 전 분야에 걸쳐 모두를 포용하고 조율하는 균형감을 드러냈다. 난립하는 의견을 조정하는 능력 또한 탁월했다. 이는 황희 자신이 사건과 사물을 대함에 있어 거시적 시각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실록에는 세종이 회의 중 가장 많이 했던 말 중 하나로 '황희의 뜻대로 하라'는 표현이었다고 전해진다.


소헌왕후 승하 후 세종이 왕실가족을 위한 불당을 지으려했을 때도 황희의 조정력이 드러났다. 불당 건립을 반대한 집현전 학자들이 동맹파업에 나서자 황희는 유학자들을 한명 한명 찾아가 설득했다. 여든 나이의 영의정이 직접 설득에 나서자 결국 젊은 유학자들은 뜻을 굽혔다.


또 황희는 위로는 군주, 아래로는 백성에까지 모두와 소통하는 이였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의 의견을 귀담아드는 경청을 실천한 셈이다. 익히 알려진 여종들의 말싸움 일화는 그의 넉넉함을 짐작케 한다. 두 여종이 서로 다투며 황희에게 하소연을 하자 그는 '네 말이 옳다'고 서로 편들어준다. 이를 들은 조카가 '둘 다 옳다고만 하니 숙부님의 분명치 못하심이 너무하다'하자 황희는 '네 말도 옳다'고 다시 답한다. 언뜻 그의 주관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각자의 하소연을 들어주며 공평하게 위로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그의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황희가 늘 부드러운 이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가족이나 부하의 잘못은 엄하게 꾸짖었다. 일찍이 출세한 아들이 집들이 잔치를 크게 하자 그는 "선비가 청렴해 비새는
집안에서 정사를 살펴도 나라 일이 잘 될지 의문인데 거처를 이다지 호화롭게 하고는 뇌물을 주고받음이 성행치 않았다 할 수 있느냐. 나는 이런 궁궐 같은 집에는 조금도 앉아 있기가 송구스럽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부하의 잘못은 우회적으로 꾸짖는 카리스마도 갖췄다. 병조판서에 오른 김종서가 정승들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고 삐딱하게 앉자 황희는 시종들을 향해 "병조판서께서 의자 다리 한쪽이 짧으신가보다. 한쪽을 손질해드려라"고 외쳤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김종서는 자신의 무례함을 빌고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장안에는 '호랑이와 여진족이 공격하는데도 두 눈 깜빡하지 않던 호랑이 장군이 황희 한마디에 놀라 빌었다'는 말이 돌았다.


여기에는 평소 김종서를 향한 황희의 애정도 있었다. 황희가 일찌감치 김종서를 차세대 재상감으로 지목하고 젊은 시절부터 다듬으며 키우려 했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황희는 후진들의 성장을 자신의 자리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 이후 즉 다음 세대의 리더를 양성하려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었다.


신숙주가 쓴 황희의 묘지명에는 '논의 중 가부결단을 내릴 때는 깊은 계곡 달리는 급한 여울 같았다'는 표현이 있다. 세종 역시 황희에게 "묘당에 의심나는 일이 있을 때면 경은 곧 시귀(蓍龜, 귀신같이 앞을 내다보는 이)였고, 정사와 형벌을 논할 때면 권형(權衡, 저울대같은 사람)이었다(廟堂有疑 政刑有議)"고 말했다.


황희가 오랜 기간 한 자리에서 구설에 시달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특히 두 아들을 비롯한 친인척들로 인해 잦은 구설에 올랐다. 지나친 관대함과 포용력이 때때로 제가(齊家)에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세종 9년에는 황희의 사위 서달이 지방 아전을 죽여 말썽이 일었으나 황희가 이를 적당히 무마하려하며 파직 당했다. 하지만 이후 세종이 한 나라의 재상이 작은 일까지 책임을 지고 탄핵된다면 안정적 국정운영이 어렵다며 그를 다시 불러들인다.


그러나 인물평가에 짜기로 소문난 실록 사관조차 황희에게는 찬사를 보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문종실록은 황희에 대해 "성품이 관후하고 신중해 재상으로서 식견과 도량이 있었다. 모습이 풍만해 특출했고 뛰어나게 총명했다. 가정을 다스림에는 검소했고 기쁨과 노여움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국사에 정도를 따르고 편법을 쓰거나 타협하지 않았고 제도를 변경함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도움말:현대경제연구원)
조슬기나 기자 seu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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