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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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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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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은 묘한 기대감을 부르는 배우다. 2006년 새해 벽두, MBC <궁>의 왕세자 이신으로 대중 앞에 등장한 이 거무스름한 얼굴의 청년은 낯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던졌고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넘어 KBS <마왕>을 통해 스스로를 한층 더 혹독하게 트레이닝 한 그는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키친>에 이어 뮤지컬 <돈 주앙>에 도전하며 흥미로운 행보를 이어나갔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때마다 매번 주인공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는 면에서 주지훈은 스스로를 “굉장히 운이 좋은 배우”라고 말하지만 사실 스타도, 배우도 운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다. “<궁> 찍을 때 느꼈는데, 데뷔작이라고 해서 아무도 ‘쟨 신인이니까’라고 봐주지 않더라. 그래서 목숨 걸고 하지만 목숨 걸고 해봤자 본전이다. 잘해야 본전인 사람이라서 그게 성격이 됐다”고 잘라 말하는 결기는 지난 3년여 동안 다양한 굴곡을 겪은 지금도 여전히 배우로서의 그가 기대되는 이유다.

홀로 방에 들어앉아 좋아하는 책을 읽는 데만 몰두하는 충녕대군과 글공부가 싫어 몸서리치면서도 주인아씨 수연(이하늬)만을 해바라기하는 순정파 노비 덕칠로 1인 2역을 맡은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주지훈의 코믹 연기 도전작이다. 언제나 서늘하고 예민한, 미소를 띠고 있어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을 뿜어내던 그에게선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언가의 뒷얘기를 궁금해 한다. 나 역시 촬영이나 인터뷰처럼 일할 때는 진지한 사람이지만 나이 서른한 살 먹어서도 아침에 일어나 엄마한테 밥 달라고 조르는 것도 나고, 중학교 동창인 친구들 만나서 놀면 막 망가지는 것도 나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역시 허구지만 역사적 인물들의 뒷얘기를 지금까지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는 면에서 끌린 작품이다”라고 설명하는 주지훈은 여전히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길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 옆 사람이 싫어할 수도 있고, 저 사람이 좋아하는 걸 내가 싫어할 수도 있다. 나는 내 삶에서 요만큼이라도 나만의 것을 갖고 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살면 된다”고 말하는 그가 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들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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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들

1. <이스턴 프라미스> (Eastern Promises)
2008년 | 데이빗 크로넨버그

“역시 가장 유명한 건 원 테이크로 간 목욕탕 격투 신일 거다. 사실 남자들이 알몸으로 싸우는 게 소위 말하는 ‘개싸움’인데, 합이 다 짜여 있는 액션 신에 익숙해져 있다가 그런 걸 보니 굉장히 쇼킹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다들 알몸인데 안전장치가 하나도 안 보인다는 점도 신기했다. 나 역시 촬영할 때 다치지 않도록 안전장치 같은 걸 하고 있다가도 모니터에 드러나면 빼 버리는데, 대체 그들은 어떻게 그 생동감 넘치는 신을 찍었을까. 또, 비고 모텐슨이 런던에 사는 러시아 사람이라는 설정에 따른 영어 발음과 억양을 맞춰 준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할리우드는 제작 투자가 미리 끝나는 시스템이라 배우들도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병원에 실려 온 14세 소녀가 아기를 낳고 사망한다. 이를 지켜본 간호원 안나(나오미 왓츠)는 아기의 친척을 찾으려다 러시아어로 쓰인 일기장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러시아 마피아의 운전수 니콜라이(비고 모텐슨)와 만난다. <폭력의 역사>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비고 모텐슨의 서늘한 연기가 또 한 번 빛을 발한 영화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은 <코스모폴리스>로 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주지훈│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들

2. <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gster)
2007년 | 리들리 스콧

“덴젤 워싱톤은 강직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멋있지만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더 매력적인 배우 같아요. <아메리칸 갱스터>에서는 마약 밀매조직 보스이면서도 굉장히 엄격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냉정한 비즈니스맨이기도 한 인물을 연기했거든요. 결국 자신을 추적하던 형사 러셀 크로우와 일종의 우정을 나누고 연대를 맺게 되는 전개도 흥미로운데, 아마 실존 인물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에 이렇게 허구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범죄 조직들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은 셀 수 없이 많은 잔뿌리가 그 토양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범죄의 온상이 누군가에겐 생활의 터전이다. 1970년대 뉴욕 할렘가의 대규모 마약상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톤)와 청렴하지만 사생활은 엉망인 형사 리치 로버츠(러셀 크로우)의 실제 인연을 바탕으로 한 <아메리칸 갱스터>는 미국이라는 사회의 단면을 깊숙이 베어내어 관객 앞에 내놓는다.


주지훈│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들

3.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2007년 | 데이빗 크로넨버그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한 인간의 삶과 그가 속한 사회 안에서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를 그려내는 영화다. 과거에 폭력의 세계에 있었다가 지금은 그것을 감추고 살던 남자가 어떤 계기로 인해 다시 폭력을 수행할 수밖에 없어진다는 틀 자체는 살짝 뻔할 수도 있지만, 관객의 예상 범위에서 벗어난 신선한 연출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사실 이 정도로 모든 뷰에 다 ‘각’이 서 있는 걸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럼에도 비고 모텐슨이 보여주는 에너지는 압도적이다. 특히 액션 신이 유독 강렬하다.”


가정적인 남편이자 다정한 아버지인 톰(비고 모텐슨), 하지만 잔혹한 살인마 ‘킬러 조이’로 살았던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자꾸 돌아와 그의 현재를 파괴하고,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서 톰의 폭력성은 진화하고 가족에게 전이된다. 존 와그너와 빈스 록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으며 <이스턴 프라미스>와 함께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폭력 연작’으로 불린다.


주지훈│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들

4.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
2004년 | 토니 스콧

“덴젤 워싱톤을 워낙 좋아한다. 절제된 연기 가운데서도 희로애락의 미묘한 지점을 탁월하게 포착해내는 배우다. 극 중 한창 귀여웠던 시기의 다코타 패닝과의 교감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또, <맨 온 파이어>나 <아메리칸 갱스터>는 미장센이 완벽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굳이 신경 써서 집중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시대, 그 공간으로 빠져들게 해주는 작품이다.”


전직 특수요원이었던 주인공이 어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는 면에서는 <아저씨>와, 추적 및 복수 과정에서의 터프함에 있어서는 <테이큰>과 함께 종종 언급되지만 <맨 온 파이어> 고유의 매력은 역시 영화를 짊어진 덴젤 워싱톤에게 있다. 외로운 남자가 순수한 어린아이의 경호를 맡아 차차 교감하게 되는 과정이 잘 쌓아올려진 만큼 이후의 하드코어한 폭주마저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주지훈│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들

5.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2년 | 토마스 알프레드슨

“긴 호흡으로 가는 영화를 좋아한다. 사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스파이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오락’ 영화라고 하기엔 좀 불친절하고 굉장히 집중해서 봐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게리 올드만, 콜린 퍼스, 톰 하디 같은 배우들이 한 작품에서 연기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마지막 즈음에 이중 스파이의 정체에 대한 추리가 촥 촥 맞아 들어갈 때는 정말 너무 좋아서 미치는 줄 알았다. (웃음)”


은퇴한 영국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는 영국 정보국 내에 침투한 러시아 스파이를 색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요원들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냉전 시대 실제로 영국 정보기관 요원으로 활동했던 독특한 이력의 작가,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렛 미 인>의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이 영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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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연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개봉에 이어 SBS <다섯 손가락>에서 천재 피아니스트 유지호 역을 맡게 된 주지훈은 요즘 촬영 사이사이 피아노 레슨을 받느라 바쁘다. 몇 년 전부터 지인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해 활동 중이기도 한 그는 극 중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을 살리면서 연기의 방향 또한 잡아 나갈 예정이다. 그래서 “과거엔 목표를 중시했고 방향을 정해 달려갔다면, 지금은 강박관념이 줄어 세상을 넓게 보게 됐다”는 고백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찾고 지키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배우 주지훈에 대한 기대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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