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법정구속되면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한화호(號)가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부터 글로벌 태양광사업 1위 도약을 위한 인수합병(M&A)까지, 전체 사업 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감까지 제기되고 있다.
1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에 대한 1심에서 징역 4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올 2월, 7월 두 차례에 걸친 결심 공판에서 김 회장에게 위장 계열사의 빚을 그룹 계열사가 대신 갚게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9년,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화측은 즉각 항소의 뜻을 내비쳤지만, 그룹 전체에 불어닥칠 위기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어 당황하는 분위기다.
한화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한 그룹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마디로 '패닉' 상태"라며 "현재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는 물론 미래 신성장 동력 사업 발굴 등 산적한 경영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 막막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부터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단일 사업수주로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9조4000억원)로 추진된 사업 현장을 진두지휘할 야전사령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 사업이 이라크 재건을 위한 1차 사업인 점을 감안, 향후 2, 3차 사업 수주 기회마저 사라지게 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8000억원 규모의 선수금을 받는 한화의 신도시 프로젝트는 이제서야 본격 궤도에 진입한 셈"이라며 "여러 협력업체들과 함께 진출한 사업이라는 점과 지난해부터 해당 사업 수주를 위해 김 회장이 직접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한 접촉을 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김 회장의 부재는 향후 추가 사업 수주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김 회장은 지난달 28일 2박3일 일정으로 이라크를 방문, 바그다드 현지에 야전(野戰) 숙소 마련을 지시하는 등 만반의 채비를 마친 상태다. 김 회장은 선수금 입금으로 프로젝트 추진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과 이라크를 수시로 오가며 신도시 프로젝트를 직접 진두지휘할 계획이었다.
김 회장은 또 알―말리키(Nouri Kamil Al―Maliki) 이라크 총리로부터 이라크 재방문 요청을 받은 상태다.
한화가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도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당장 이번주 중 확정될 예정인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 인수 작업도 중단될 위기를 맞았다. 큐셀 인수를 위한 작업 수순으로 한화케미칼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개최, 인수금액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확정했다.
사업 성격상 글로벌 선두권 도약을 위한 추가적인 M&A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김 회장의 구속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요소다.
업계가 한화의 태양광 사업 성패를 김 회장의 의지와 결부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없을 경우 글로벌 증산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초 W당 1.8달러 수준을 기록했던 모듈 가격은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 이후 1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원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김 회장의 M&A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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