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16일 오전 10시 20분께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굳은 얼굴의 중년남성들이 건물 뒤편에 마련된 흡연공간으로 우르르 쏟아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법정구속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다.
초조하게 담배를 문 직원들은 거푸 한숨부터 내쉬었다. 평소 오가던 동료와의 잡담은 대다수 끊겼다.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아냐"는 식의 짧은 답변이 계속 오갔다. 부장급 한 직원은 "내가 이런 상황을 정말 걱정했다"며 이 한마디를 계속 반복했다.
김 회장의 법정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한화그룹 전체가 충격과 침통에 휩싸였다. 과장급인 한 직원은 "최근 경제민주화다 뭐다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잣대가 높아졌지만, 설마 법정구속까지 갈 줄은 예상을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직원은 "우선 직원들의 사기가 꺾일 수밖에 없다"며 "다들 침울한 분위기다. 말을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장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걱정도 오갔다. 무려 4년이나 되는 오너의 경영 공백으로 인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등에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부장급 한 직원은 "윗선에서도 논의를 하겠지만,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지 걱정"이라며 "뭔가 투자하고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원도 "유럽재정위기다 뭐다 정말 어려운 시기인데, 악재가 겹쳤다"고 우려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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