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국과 일본간 외교가 일거에 얼어붙었다. 이와는 별개로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열도를 두고 영토분쟁을 겪고 있고, 한국과 중국간에는 대북인권운동가 김영환씨 구금문제로 껄끄러운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동북아 3국이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띠면서 연내 협상개시를 목표로 했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인다.
일단 국내 상황을 보면 지난 정권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통상확대 정책은 최근 한중일간 외교마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독도방문과 대일외교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대일외교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도를 둘러싸고 양국 정상간 엇갈리는 발언을 쏟아내며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지만, 일본과의 외교를 단번에 끊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체적인 통상마찰 낌새는 아직 없지만 그간 확대일로였던 3국간 경제협력은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지난 5월 베이징에 모여 "연내 한중일FTA 협상을 개시한다"고 합의했다. 당시 동북아 지역정세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이 긴밀히 협의하는 모양새였다. 3국간 경제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당시 투자보장협정을 서명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에는 일본과의 FTA협상재개를 위해 실무진 회담이 열렸다. 지난 2004년 11월 협상이 중단된 후 7년 반만의 일이다. 당시 실무협의에 참여했던 한국측 관리 내에선 "일본이 달라졌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상대국의 요구에도 좀처럼 자국 시장 개방을 꺼리던 일본 관료들이 협상에 적극 임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한 당국자는 최근 "한국이 미국ㆍ유럽 등과 잇따라 FTA를 발효시키는 등 통상확대 정책을 밀어붙인데다 자국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이대론 안된다'는 반성론이 일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순항하던 3국간 외교전선은 한국 대통령 최초의 독도 방문 이후 불투명해졌다. 홍콩 시민단체들은 12일 중일간 영토분쟁지역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기 위해 배를 타고 출항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한일, 중일간 영토분쟁이 동북아 지역에서 북한과 비슷한 수준의 안보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별개로 대북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중국에서 고문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한중간 외교마찰의 불씨도 남은 상황이다.
한일FTA협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양국 실무진협의는 지난 6월 한차례 열렸지만 이후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장 이달 중에 한중일FTA 사전실무협의를 중국에서 열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한중일FTA 협상개시는 일본의 향후 행보가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이 양자FTA협상을 시작한 이후 일본이 가세한 건 현 노다 내각이 적극적인 통상확대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다 총리가 동시 다발적인 영토분쟁을 빌미로 실각할 경우 3국간 통상협상이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당장 양자ㆍ다자간 외교무대에서 일본이 극단적인 선택을 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겐바 일본 외무상이 "영토문제에는 영토문제로 대응한다"고 밝힌 만큼 한국과 중국이 FTA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홀로' 정책으로 회귀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정무적인 이해관계와 달리 통상분야 확대는 3국 모두에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한중일FTA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3국간 협의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 봤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일본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통상확대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영토분쟁과는 별도로 3국간 FTA협상은 올해 안에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