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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Made in Korea' 증명 어려워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55초

FTA 이제는 활용이다
<上> 복잡한 원산지확인서, 수출의 '벽'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1.인천에 본사를 둔 제조업체 대금지오웰은 지난해 한국과 유럽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고민했다.

평소 유럽지역 바이어들과 거래량은 많았지만 주요 수출품목인 세륜기(洗輪機)에 대한 관세인하폭은 1.7% 포인트 정도로 크지 않았다. 사내에서도 "FTA를 활용하기 보다는 수출가격을 조정해 바이어에게 특혜관세율만큼 보전해주자"는 얘기도 나왔다.


고심 끝에 회사는 FTA를 추진하기로 결심했다. 원산지 인증을 받아 관세인하 혜택을 봤다. 2010년 EU지역에 6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던 회사는 FTA 발효 첫해 수출 규모를 91만달러로 늘렸다. 올해는 수출액이 180만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FTA인증 수출자라는 타이틀 덕에 해외지역에서 영업할 때 바이어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난 건 부수적인 효과다.

#2.연매출 100억원이 채 안되는 중소 섬유업체 K사는 FTA를 포기했다. 평소 미국쪽 업체와 거래량이 많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임시팀을 꾸려 준비했지만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 탓에 당분간 접었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 하나에 수십, 수백가지 원사가 쓰이는데 일일이 원산지를 증명해야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 중간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中企 "'Made in Korea' 증명 어려워요" (단위:%, 자료: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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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유럽과 미국과의 FTA가 발효된 후 우리 수출기업의 표정은 위 사례처럼 두 가지로 갈린다. 세계 양대 시장인 유럽과 미국을 하나의 경제영토로 만든 덕분에 활발히 수출을 늘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제도가 복잡해 여전히 쉽게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 아직 긴 시간이 지나진 않았지만 각종 조사에서 "FTA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대답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단 각종 지표상 드러나는 FTA효과는 합격선이다.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FTA 발효 후 미국수입시장 점유율 국제비교'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미국 시장에서 한국제품 점유율은 2.9%로 최근 3년래 가장 높다. 경쟁국가인 일본ㆍ대만이나 중국에 비해 한국기업의 점유율이 증가한 게 눈에 띈다. 일본과의 차이는 3.5%포인트로 줄어든 반면 대만과의 차이는 1.1%포인트로 벌어졌다. 자동차차체부품의 경우 지난 3~4월간 중국과 일본의 미국수출량이 각각 18.4%, 4.4% 정도 증가한 데 비해 한국기업은 74.7% 늘렸다.


대한상의가 최근 미국과 유럽지역 수출업체 600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곳 가운데 7곳은 FTA가 나빠진 영업환경에서도 FTA로 인해 수출을 지탱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조사2본부장은 "미국ㆍ유럽 FTA를 계기로 수출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이 활발해졌다"며 "발효 1년이 채 안 됐지만 촉진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외형상 자리를 잡아가는 것과 달리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업체들의 처한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중소 수출업체들이 FTA를 활용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하는 건 원산지 증명과 관련한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수출중소기업 FTA 활용실태를 보면 수출중소기업 10곳 가운데 9곳은 원산지증명서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FTA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대답한 곳이 34.4%인 반면 체감하지 못한다는 곳은 39.3%로 오히려 더 높게 나왔다.


양갑수 중앙회 국제통상실장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FTA체감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FTA를 추진하는 데 있어 순서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량부품을 제조하는 H사도 FTA로 인해 수출확대를 기대했지만 원산지 증명으로 애를 먹고 있다. 각종 부품을 공급받는 하청업체에게 원산지확인서를 요구했지만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거래처를 바꾸기 쉽지 않아 결국 한국산을 만들지만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아직 한국산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업체 C사는 전담인력을 구하지 못해 FTA 활용계획을 접은 케이스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산지를 인정받아 관세혜택을 받기 위해 해외영업과 회계분야에서 최소 3명 정도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는데 새로 직원을 구하거나 기존 인력을 교육시키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20일 FTA활용 지원정책회의를 열고 원산지 확인서 발급기업에 세액공제한도를 늘려주고 관세조사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한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는 "원산지 증명에 필요한 비용은 중소 협력업체가 떠안고 혜택은 수출대기업만 보는 구조"라며 "FTA마다 다른 원산지 구조를 표준화하 절차를 줄이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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