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萬想]한더위에 모피 장사..속사정 알고보니?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이 국내 주요 백화점이 잇따라 모피코트 등 겨울 상품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무더위에 보고만 있어도 더울 것 같은 모피코트를 수백억원 어치를 방출한다니 의아하기도 한데요. 백화점들은 도대체 무슨 속내가 있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백화점 보다는 제조업체의 고민에서 '역시즌 마케팅'은 출발됐습니다. 바로 '재고'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겨울시즌 신상품은 9월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생산이 이뤄집니다. 그리고 백화점의 가을 정기 세일이 끝난 이후부터 겨울옷을 꺼내놓고 판매합니다.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긴 전인 8~10월에 생산한 제품은 잠시 동안 창고에 보관해둬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창고에는 작년 겨울 상품들로 가득차 있으니 새로운 디자인의 상품을 생산해도 쌓아둘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물건을 내다 팔지 않으면 안되는 필연적인 이유가 생긴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재고 물량이 예년에 비해 훨씬 많아서 걱정이 심한다고 합니다.
2010년 국내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였고, 2011년에도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모피 등 의류 업체들은 겨울옷 생산을 2~3배 가량 늘렸습니다. 2010년에 몹시 추웠던 날씨도 공급을 확대시킨 이유 가운데 하납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내수 경기는 급격히 위축됐고, 백화점 매출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달도 있을 만큼 소비가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또 지난 겨울 추위는 2010년~2011년 겨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추웠습니다. 주인을 만나지 못한 상품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제품이 창고에 쌓인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창고에 쌓인 물건이 많으니 팔아야 할 물량도 많습니다. 할인율이 60~70% 수준으로 예년에 비해 커진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이런 제조업체가 희망하는 대규모 행사를 마다 할 이유가 없습니다. 백화점은 물건을 판매하면 거기서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챙기는 데 할인율이 어떻게 되든 매출의 일정 부문을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백화점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특히 백화점업계에서 8월은 '없는달'로 불릴 만큼 매출이 적은 달인데 이런 할인 행사로 손님을 모을 수 있으니 기회를 놓칠 리가 없는 것이죠.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기회입니다. 50~60% 할인율이 적용돼도 모피가격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품을 반값에 산다는 건 분명 소비자들이 반길만한 소식일 것 같습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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