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에게 부족한 것은?
"나는 유머감각이 부족하다. 썰렁하니까 웃는거 아닌가요?"(박근혜)
"나는 꾸미는 것이 부족하다"(김문수)
"나는 돈이 부족하다"(안상수)
"나는 지지율이 부족하다"(김태호)
"돌려서 말하는 기술이 부족하다"(임태희)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공천헌금 파문으로 극한 대립을 보였던 새누리당 대선 경선 주자들이 7일 모처럼 만나 '색다른 토론회'를 가졌다. 비박 주자들은 중간 중간 뼈 있는 멘트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견제했지만 평상시와 방식은 달랐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5명의 주자들이 이날 오후 목동방송회관에서 열린 '경선주자 뉴미디어 토론회'에 참석해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박 전 위원장은 후보들의 순발력을 알아보는 '나도 사람이다' 코너에서 장점을 묻는 질문에 "나는 달리는 차 안에서 쪽잠 자는 것을 잘한다"고 답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내가 상대후보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질문에는 "김문수 후보라면 말을 바꾸지 않겠다"고 답하면서도 "미안하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박 전 위원장은 소통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상황극 코너에서 '만약 손녀와 서점을 갔는데 '안철수의 생각'을 사달라고 조르는데 마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사인회를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왜 이 질문이 어색하고 민망한 상황인지 이해 못 하겠다"며 "저도 사인 좀 받고 인사도 하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같이 차라도 하자고 하면서 책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고 침착하게 답변했다.
스피드 퀴즈 형식으로 진행된 '국민공감 질의응답'에서 박 전 위원장은 전국 시·도 수와 런던올림픽 첫 금메달의 종목과 주인공은 재빨리 정답을 외쳤다. 다만 2012년 현재 아르바이트 최저시급을 묻는 질문에 "5000원도 조금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 최저임금이 4580원이라는 사회자의 설명에 "아르바이트 시급이 5000원도 안되느냐"고 재차 묻기도 했다.
비박 주자들의 재치도 부각됐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걸그룹 소녀시대와 티아라의 멤버 수를 정확히 맞춰 다른 후보들을 놀라게 했다. 재래시장을 방문했다가 장사 안 된다며 술에 취한 어르신이 노래를 요청하는 상황에 놓이자 백난아 원곡의 '찔레꽃'을 직접 부르기도 했고 토론 중반 소녀시대의 'Gee'의 안무를 선보였다.
김태호 의원은 학교폭력 상황에 놓인 상황을 연출하자 긴장을 풀어주겠다며 "오빠는 강남스타일, 아저씨는 시골스타일"이라며 망가졌다. 이에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가수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를 마무리발언 대신 부르기도 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방송 나와서 떨지 않는데 오늘 참 힘들었다"며 "예능은 예능으로 이해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비박 주자들의 보이지 않는 박근혜 견제는 계속됐다. 김 지사는 상대후보 지정 토론에서 박 전 위원장을 향해 "전화도 잘 안되고 연락하기도 부담스럽다"며 "불통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팔이 아플 정도로 전화를 한다"며 "김 지사께서 전화하면 언제든 받겠다"고 대답했다. 김 의원도 "전화를 받는 입장에서 지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가세하며 "내가 박 전 위원장이라면 멘붕('멘털 붕괴'라는 말의 약어이자 정신적 충격을 의미하는 은어)이 되도록 망가져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자신에게 최저임금을 묻는 질문을 받고 박 전 위원장에게 답변 순서를 넘겼다. 그의 목표대로 박 전 위원장이 오답을 말하자 이내 "4600원 가량의 최저임금을 2배로 올려야 한다"고 말해 숨은 속내를 드러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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