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영국의 은행들이 연이어 이란과 불법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금융제재로 인해 거래할 수 없지만 영국은행들이 이를 무시하고 거래를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영국 최대 은행인 HSBC은행이 이란과의 거래사실이 들통나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할 처지로 내몰린데 이어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 역시 이란과 불법 금융거래를 해온 협의가 드러나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6일(현지시간)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벤저민 로스키 뉴욕주 금융감독국장은 SC 은행이 이란 정부가 소유한 은행이나 이란 법인들의 자금을 세탁해주는 등 불법거래를 해왔다면서 이런 혐의에 대해 이달 하순 열리는 청문회에서 답변할 것을 지시했다.
SC은행은 지난 2001년 부터 2010년 사이 이란 중앙은행과 2곳의 국영은행 정부 소유 은행이나 이란 법인들과 6만건이 넘는 2500억달러 규모를 거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수억달러 상당의 수수료 수입을 챙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외에도 리비아나 미얀마, 수단 등 다른 제재국가들과도 거래를 해오면서 이를 미국 금융당국에 비밀로 했다. 은행측은 이같은 거래를 '프로젝트 가젤'이라고 불렀다.
뉴욕 금융감독국은 이런 불법 거래들이 "테러리스트들이나 무기ㆍ마약 거래상, 부패한 세력 등에게 미국 금융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들고, 미국 당국들이 범죄행위를추적할 핵심 정보를 확보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국은 약 9개월간에 걸쳐 면밀한 조사를 벌여 이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SC에 대해 뉴욕주 은행 면허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대규모 벌금 부과와 금융감독국이 지정한 독립 감사관을 은행에 파견해 감독하는 방안도 예상되고 있다. 상당한 벌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런던 증시 마감 직전 이같은 사실이 발표되자 SC은행의 주가는 전주말 대비 6%이상 폭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한편 HSBC SC외에 다른 은행들도 금융제재 국가와 거래를 한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올라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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