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김종일 기자] 연일 '안철수 검증'에 열을 올리던 새누리당이 공천헌금 논란으로 역풍을 맞았다. 공천 부정 사건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메가톤급 후폭풍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현영희 비례대표 의원이 4·11 총선에서 공천을 받게 해달라며 공천심사위원에게 거액을 준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현기환·홍준표 전 의원은 현 의원으로부터 각각 공천헌금과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선관위는 2일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비례대표후보자 공천과 관련하여 거액의 공천헌금을 수수해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새누리당 현역 국회의원 1명을 지난달 30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부산 중구·동구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뒤 공천을 받지 못하자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위해 3월 중순 당시 공천심사위원이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공천을 받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3억원의 공천헌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영희 의원은 또 홍준표 전 의원에게 2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현기환 전 의원과 홍준표 전 의원, 이들에게 공천헌금과 불법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가 있는 홍 전 의원의 측근 등에 대해 부가적으로 수사의뢰했다.
현기환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천위원 한 명이 누구를 공천 주고 안 주고 할 권한이 없는 구조"라며 "양심을 걸고 당내 공천을 돈으로 사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현영희 의원은 이 밖에 정치자금 수입ㆍ지출에 관한 허위 회계보고, 자원봉사자에게 금품 제공, 선거구민에 대한 기부행위, 유사기관 설치ㆍ운영, 타인명의의 정치자금 기부 등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고 선관위가 전했다.
'안철수 때리기' 몰두하던 새누리, "검증 자격 없다" 부메랑 맞나
최근 새누리당은 '안철수'라는 이름으로 얽힌 모든 것을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들춰내고 있었다. 특히 안 원장이 야권으로 합류할 것이 확실시되자 그간의 소극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연일 검증의 수위를 높이며 '안철수 때리기'를 본격화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1일 최 회장 구명 논란이 불거지자 즉각 "당시 최 회장은 안 회장이 대표로 있는 아이에이시큐리티에 30%의 지분을 투자하고 있었다"며 "단순히 구명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사업적 이해 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인 조원진 의원은 이날 "안 원장이 아직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게 아니라 (문제 제기를) 몇 가지만 한 것"이라며 "안 원장이 출마를 선언하면 각 분야별로 철저히 검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 원장의 검증에 주력하던 새누리당은 공천 헌금 논란으로 역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은 2008년 광복절 기업인 사면 때 환영 논평을 내는 등 과거 재벌총수 사면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것으로 드러나 안 원장을 검증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일간지인 강원일보는 2006년 12월21일자에 "박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평창 알펜시아 사업예정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용성 IOC 위원의 사면에 대해 '국회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고 보도했다. 박 전 위원장도 2006년 비리 기업인 사면을 직접 약속했다.
안 원장이 벤처기업인 신분으로 SK 최 회장에 대한 구명 탄원서에 서명한 것과 비교하면 위상이나 개입정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 캠프의 안 원장 비판이 오히려 자신들이 더 강하게 재벌을 옹호했다는 검증을 불러오는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민우 기자 mwlee@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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