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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씨티 CEO 발언 한마디에 '월가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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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씨티그룹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샌디 웨일의 미국 은행에서 투자은행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월가에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미국 은행 대형화가 진행되고 결국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엄격한 분리를 규정했던 글래스-스티걸 법의 폐지로까지 이어졌던 지난 1990년대부터 지난 20년 가량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 주장은 최소한 월가 고위 관계자들은 언급하지 않았던 발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웨일은 트래블러스 그룹과 씨티의 합병을 주도하며 거대 은행 씨티그룹을 탄생시켰던 장본인이었기에 그의 발언은 월가에 대한 변절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웨일은 최근 미 온라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형 은행에서 투자은행 업무를 떼어내야 한다며 사실상 자신이 폐지에 앞장섰던 글래스-스티걸 법의 부활을 주장했다. 그는 1990년대에는 은행 대형화에 대한 이유가 있었다며 당시에는 대형화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웨일의 발언에 월가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최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웨일과 동시대를 보냈던 당시 대형 은행 고위 임원들은 웨일과 다른 의견을 나타냈다.

제이미 다이먼에 앞서 JP모건 체이스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윌리엄 해리스는 웨일의 생각을 믿지 않는다며 분리를 하면 큰 은행이든, 작은 은행이든 망가뜨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 말 웰스파고 CEO 자리에서 물러났던 리처드 코바체비치도 웨일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큰 것이 나쁘거나 위험하다는 진부한 통념이 있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월가 관계자는 공개되지만 않았을 뿐 웨일의 생각이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월가 은행들은 금융위기 당시 투자은행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분리를 검토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당시 씨티그룹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부문을 분리하는 것이 합당한지 검토했고 당시 연구조사를 진행했던 컨설팅업체 베인앤코는 세금 문제를 감안했을 때 분리가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당시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 씨티그룹 내에서도 검토 결과에 대한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씨티그룹 외에도 많은 대형 은행들이 분리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지만 하나로 남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웨일의 발언은 대형 은행들이 실제로 분리돼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자, 기업, 자본시장, 소비자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닌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다수의 월가 임원들은 대형화 되는 것이 오히려 많은 이익이 있다는 쪽이다.


로펌 SNR 덴턴의 로버트 보스트럼 파트너는 "대부분 대형 은행 임원들은 분리 의견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사실 매우 격렬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은행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문제도 커진다고 생각치 않는다"며 "2008년 금융위기는 200년에 한번 있을만한 사건이었지만 은행 규모와 상관이 없었다"고 말했다.


월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 은행들이 유럽, 아시아, 남미의 대형 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 크고 다양한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투자은행이 홀로 자금 조달을 받는 것보다는 통합된 형태의 은행이 자금 조달에 더 용이하다며 커야 효율성도 높으며 통합된 형태여야 고객들도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메릴린치에서 회장을 지냈고 현재 얼라이드 아이리쉬 뱅크에서 이사를 맡고 있는 피터 호간은 "은행이 증권업무를 하는 것이 은행의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되고 고객들에게도 리스크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이미 통합된 시스템을 다시 분리하는데 드는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최고위 은행 관계자는 은행을 분리하는 것은 깨진 계란을 다시 원상복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따라서 많은 시장관계자들은 은행들이 일부 사업을 없애거나 자본비율 강화를 할 수는 있겠지만 분사와 같은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재 월가에서도 정리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씨티그룹은 2009년 이후 6000억달러 이상의 자산과 60개 이상의 사업부를 매각했다. BOA도 모기즈 부문 사업을 크게 줄였다.


물론 분리가 더 낫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CLSA의 마이크 마요 은행업종 애널리스트는 가치 투자 측면에서 은행 분리가 더 낫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의 PER은 8배 이하 수준에서 거래되는 반면 웰스파고, US뱅코프 등은 11~12배 수준에서 거래된다. 상업은행 업무에 집중하는 은행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마요는 "모건스탠리가 증권, 웰스 매니지먼트, 자산운용의 3개 사업부로 분리되면 주가가 32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모건스탠리 주가는 현재 13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장부상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하는 것이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을 지냈던 빌 아이작은 글래스-스티걸 법의 부활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은행이 어떻게 단순화하고 더 규제가 잘 이뤄지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훌륭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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