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개그맨의 이름을 걸었던 최초의 식품 '국진이 빵'. 19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개그맨 김국진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삼립식품과 함께 '국진이 빵'을 만들었다. 1999년 탄생한 '국진이 빵'이 팔린 개수는 하루에 50만개. 1990년대 개그맨 김국진은 가수 HOT, 탤런트 김희선, 배우 심은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여보세요?", "밤새지 마란 말이야" 등 그의 유행어는 전 국민이 따라할 정도였다. 당시 찍었던 CF만해도 100편이 넘었다. 1998년도 8월14일자 모 신문은 건국 이후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으로 개그맨 김국진이 뽑혔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용필, 최불암, 이미자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IMF구제금융 등 위축된 경제 때문에 국내 분위기가 우울했던 당시 상황이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람들은 계속되는 경제 불황에 '웃음'을 필요로 했다.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불황이 계속돼 소비자들이 우울해지면 기분을 전환하고 돌파구를 찾으려는 심리가 강해진다"며 "웃음을 주는 개그맨들을 이용하면 좋은 마케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시 경제 불황이 찾아온 2012년. 미국발 금융위기ㆍ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시작된 경제 위기는 국내 내수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요즘 식품업계에서는 '개그맨 마케팅'이 한창이다. 불황기 마케팅 전략으로 웃음을 내세운 것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경규의 '꼬꼬면'을 시작으로 개그맨 스타의 이름이 들어 간 제품들이 봇물을 이룬다. 팔도에서는 강호동의 화통라면, 부셔먹는 라면 '팍팍' 등을 출시했고, 세븐일레븐과 BGF리테일 등은 스타의 이름이 들어간 PB 제품을 내놨다. 세븐일레븐은 개그맨 이수근을 주 모델로 2010년부터 도시락 시리즈, 라면, 햄버거, 안주 등을 잇따라 출시했으며, BGF리테일도 최효종의 홍짬뽕ㆍ백짬뽕 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이수근은 미식가라는 이미지가 있으며, 푸근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도시락 식품군과 잘 맞아 떨어져 모델로 선택했다"며 "편의점의 경우 고객 체류시간이 평균 1분 30초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고객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최근 도시락 20여 제품 가운데 매출액 상위 5개 중 2개 제품이 이수근의 이름이 들어간 도시락"이라고 말했다.
BGF리테일도 개그맨의 인기에 따라 제품의 판매량이 좌우되자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인 최효종을 모델로 선택했다. 현재 홍짬뽕과 백짬뽕은 전체 용기면 가운데 각각 6.8%, 5.9%를 기록하며 최효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손쉽게 제품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 마케팅은 유용하다"며 "불황에도 웃음을 줄 수 있는 개그맨의 경우에는 고객의 눈과 귀를 더욱 즐겁게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과 손을 잡은 개그맨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면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들도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용감한 형제들'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박성광은 연예인 대박사장이다. 지난해 12월 말 론칭한 김치 쇼핑몰 '엄마엄마김치'가 잇딴 품절 사태를 일으키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가 하면 온라인에서 2시간 가량 타임세일로 진행한 김치가 모두 완판되기도 했다. 현재 엄마엄마김치는 월 평균 100%가 넘는 매출신장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몸짱 개그맨으로 유명한 허경환은 '허닭'이라는 닭가슴살 브랜드로 유명세를 떨치며, 최근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단일 제품으로 현재 온ㆍ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제품만 13가지에 달할 정도다.
"소는 누가 키울 거야?"라는 유행어를 히트시켰던 박영진도 한우쇼핑몰 '우하하하'를 론칭하며 축산식품쇼핑몰 사이트에서 6위를 차지하는 등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정형돈이 자신의 뚱보 캐릭터를 살린 '도니도니 돈까스'를, 정준하가 '블랙빈 스테이크'를 출시하며,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개그맨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이런 시류에 편승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제품을 내놨다가 맛과 품질에 밀려 고전하는 제품도 있다.
박명수가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부른 노래의 콘셉트에서 착안해 출시한 '매운 물냉면'은 물냉면과 비빔냉면 중간 맛을 내는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고뤠∼'라는 유행어로 히트를 치고 있는 김준현 역시 떡갈비를 선보였지만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이미지만으로 승부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맛과 가격면에서도 좋은 제품을 선보여야 선택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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