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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5.0 시대]인생 2모작, 돈보다 일하는 기쁨을 꽃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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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5.0 시대]인생 2모작, 돈보다 일하는 기쁨을 꽃피우다 서울 서초구 맥도날드 센트럴시티점에서 인생 2모작을 살고 있는 전동화(64·사진)씨는 "현재 일에 매우 만족한다"며 "은퇴자들을 위한 이같은 일자리가 앞으로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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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직장 다닐 때에는 집에서 손에 물 묻힐 일이 없었지요. 주방에 들어갈 일조차 많지 않았으니까. 그랬던 제가 처음에 맥도날드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심드렁하게 봤던 아내도 지금은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일단 제가 밖에서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가 봐요.”

16일 서울 서초구 맥도날드 센트럴시티점에서 만난 전동화(64) 시니어 크루는 “돈을 버는 것보다 우리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게 더 의미있는 것 같다”며 인생 2막을 시작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색만 다를 뿐 남색 유니폼을 입고 손님들 사이를 누비며 테이블 줄을 분주히 맞추는 모습은 여느 20대 맥도날드 직원들과 다를 바 없었다.


전씨는 지난해 10월 맥도날드의 '시니어 인턴(Senior Intern)'으로 일하기 시작해 지난 2월 '메인터넌스(Maintenance) 직원'으로 정식 고용됐다. 메인터넌스는 매장의 유지·보수 ·관리를 책임지는 자리. 매장 내 테이블을 정리하거나 주방에서 필요한 식자재 상황을 점검하고 매번 공급이 부족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두는 일 등을 맡는다. 매장 장비와 설비를 관리하는 것도 전씨의 몫이다.

근무 시간은 수요일과 토요일을 제외한 주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원하는 시간대로 매장과 조율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마다 근무시간, 월급 등 처우는 다르지만 전씨의 경우 임금은 월 90여만원이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퇴근한 뒤에 친구들에게 술 한 잔 살 수 있고 아내에게 반찬값에 보태라며 생색도 낼 수 있다.


전씨는 “여기 저기에서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더러 '나도 같이 일할 수 없겠냐'라고 은근슬쩍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잘 나가던 광고쟁이였다. 대학 졸업 후 메이저 광고회사에 입사해 청운의 꿈을 펼치고, 이후에는 광고대행사 대표직까지 지냈다. 금융·전자·가구·제약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광고를 제작하던 그는 2007년 광고인으로 살았던 30여년의 직장생활을 내려놓았다. 이후 4년간은 일이 없었다. 이 기간 동안 평소 배우고 싶었던 러시아어와 대학, 중용, 논어를 익히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없다보니 수중에 들어오는 수입 또한 끊겼다. 사업을 하는 동안 많이 벌었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남아있는 게 거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내에게 그날그날 손을 벌렸다. 이렇게 지내기도 하루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집에만 있기 답답할 뿐만 아니라 용돈을 타 쓰는 일도 점점 눈치가 보여 지쳐갔다. 문득 자유롭게 일했던 젊은 시절이 그리워졌다. 많은 돈을 벌지는 않더라도 다시 사회생활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이때부터다.


전씨는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검색하던 중 맥도날드가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시니어인턴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는 솔깃했다. 30여년간 20대 젊은이들과 함께 광고 일을 한 덕분에 나이 어린 사람들과 어울려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이질감도 없었다. 결국 그는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맥도날드 시니어인턴에 합격했다.


전씨는 “아빠가 맥도날드에서 일한다고 하면 자식들이 행여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오히려 힘내라고 응원해줘서 참 고마웠다”며 “'며칠이나 가겠어'라며 앞에서는 퉁명스럽게 말하고 뒤돌아서는 밤잠 설치며 마음 썼던 아내 역시 지금은 긍정적으로 바라봐주고 있어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됐다는 점 외에 젊은 세대와 교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씨는 현재 일이 만족스럽다.


전씨는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70명 정도 되는데 젊은 직원들이 '아버님'이라고 부르며 싹싹하게 인사한다. 나 역시 이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해 학교생활에 대해 묻기도 하 고 인생 선배로서 고민 상담도 들어주고 있다. 여간해서 나이 예순 넘은 사람을 채용하는 직장을 찾기 힘든데 일도 하고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어 즐겁다”며 어깨를 으쓱 들어올렸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매장 고객을 대상으로 불법 상행위(商行爲)를 하는 한 상인을 제지했다. “매장이 워낙 크고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네 할 일, 내 할 일 따지지 않고 틈틈이 이렇게 관리를 한다”는 그의 말에서 이순(耳順)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사진 양지웅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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