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비 부족해도 막연한 기대감 높아
- 일자리, 소득보장 대비 가장 시급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우리나라 국민들은 노후 생활에 대해 근거없이 낙관적이다. 이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서울대학교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삼성생명이 올해 서울과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5~65세 비은퇴자 1800명과 55~75세 은퇴자 200명을 대상으로 '은퇴 준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여가, 일, 가족과 친구, 재무, 건강, 주거, 마음의 안정 등 7개 생활영역으로 구분한 164개 질문을 통해 관련 항목을 체크하도록 했다. 설문은 온라인 및 일대일면접 방식으로 6개월 동안 실시됐다.
설문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의 종합은퇴준비지수는 100점 만점에 58.3점에 그쳤다.
부문별로는 주거가 63.8점으로 가장 높았고 가족 및 친구(63.7점), 건강(63.9점), 마음의 안정(57.6점), 여가(56.1점), 재무(51.5점), 일(51.1점) 순이었다.
고혜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설문 응답자 가운데 은퇴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 상위 10%와 비교했을 때 일과 재무 영역의 준비가 가장 취약했다"며 "특히 은퇴가 임박한 60대 이상 베이비 부머들의 준비가 가장 낮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비은퇴자들의 '은퇴전망지수'와 노후 생활자의 '은퇴평가지수'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조사 결과 은퇴전망지수는 104.6으로 향후 은퇴생활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15.9로 가장 높았고, 60대가 97.5로 가장 낮아 나이가 들수록 은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성별로는 직장생활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이 105.9점으로 남성(103.5점)보다 높았다.
반면 은퇴자의 은퇴평가지수는 97.9로 경제활동을 영위하던 때 보다 생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여가 영역이 118.4점으로 좋아졌을 뿐, 일과 재무 측면은 87.2점과 82.1점으로 큰 폭으로 낮아졌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준비가 전체적으로 부족함에도 생활 자체는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넘실댄다는 것이 문제"라며 "은퇴 이후 일과 재무 영역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개인적인 차원의 준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은퇴자들의 일자리와 사회적 역할, 소득 보장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은퇴 전후에 있는 연령층의 재무건전성이 빨간불이 켜진 상태로 사회불안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올해 초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 연령층의 대출 비중은 작년 말 기준 46.4%를 기록, 지난 2003년 보다 13.2%포인트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50대 이상 인구 비중 증가폭이 8%포인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층 가계빚 증가 속도가 고령화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최현자 서울대 노령화사회 연구소장은 "미국에서와 같이 시니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 보급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노인 일자리 창출이 젊은층 실업을 유발한다는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