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최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끝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북한이 김정은 체제를 갖춘 후 주요 국가들이 함께 하는 첫 무대였다. 우리나이로 81세, 대사경력만 수십년에 달하는 '고참' 외교관 박의춘 외무상이 북한을 대표해 참석했다.
회담 사흘째, 한 행사가 끝난 후 나오던 박 외무상에게 취재진이 지도자 김정은의 결혼여부에 대해 물었다. 김정은의 결혼 여부에 대해선 아직 뚜렷이 드러난 게 없다. 이미 2009년 결혼해 자식이 있다는 얘기도 있고 내연녀가 있다는 설도 나오지만 북한이 공식매체를 통해 밝힌 적은 없다.
박 외무상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당초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불쑥 취소했다. 대신 핵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영문성명서를 돌렸다. 박 외무상은 이전까지 주요 국가 외교장관을 직접 만나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서도 각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견됐지만 자청했던 기자회견을 갑작스레 그만둔 건 최고 지도자의 신변이 부각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여자'에 대해 궁금증이 일어난 건 지난 6일 모란봉악단을 통해 공개된 영상때문이다. 당시 영상을 보면 김정은 바로 오른편에 신원 불명의 여성이 앉아 있다. 이 여성은 다음날 금수산태양기념궁전에서 김일성을 참배할 때도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지근거리에 여성을 동행한 일은 흔치 않다.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도 수행에 동행한 적은 많지만 이 정도로 가깝진 않았다.
이 여성에 대해 김정은의 친동생 김여정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김여정 역시 공식적으로 드러난 적이 없기에 근거는 빈약하다. 지난해 김정일 장례식 때 김정은 뒷편에서 상복을 입은 채 울먹이는 여인이 잡힌 적이 있다. 당시 이 여성이 김여정으로 추정됐다. 정보당국은 지난 장례식 때 여성과 이번에 김정은과 동행한 여성이 다른 인물이라고 결론 내렸다. 둘다 김여정인지, 김정은의 부인인지에 대해선 명확히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김정은과 동행한 여성에 대해 "퍼스트레이디"라고 단정했다. 정 연구원은 "공연장에 들어갈 때나 함께 옆에 서서 박수치는 모습, 퇴장할 때 모습 모두 여동생이 아닌 영부인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여성이 현재 27세며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부친은 청진시 대학교원이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덧붙였다.
또 다른 북한 전문가는 "부인일 리 없다"고 설명했다. 김정일의 부인이자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2004년 사망)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이제 막 시작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자신의 부인을 앞세울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말 고영희의 육성이 담긴 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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