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양화가 신정옥 | 생기의 파동에 빛나는 ‘내’ 마음의 푸른 여운

시계아이콘01분 0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권동철의 그림살롱 109회 | 서양화가 신정옥 ‘꽃의 결 또 저 너머에’ 연작

서양화가 신정옥 | 생기의 파동에 빛나는 ‘내’ 마음의 푸른 여운 S_Flower, 90x90cm Oil on canvas, 2012
AD


열림 그 순간의 황홀감, 춤추듯 우아한 떨림의 자태, 적멸(寂滅)의 시·공에 흐르는 애틋함. 예쁘게 피어나려 애썼을까, 꽃에게 물어보라. 다시 바라본다. 휘어지는 저 순응. 산호색 꿈을 꾸는 듯이….

해미석(海美石)이 가랑비에 젖는다. 물기가 촉촉이 감싸면 돌은 반질반질하게 빛났다. 잔바람에 꽃잎은 날리고 윤기 위로 꽃들이 나풀거렸다. 꽃과 한몸이 된 잔돌들 사이 하얀 물거품이 밀려왔다.


엷은 색 테라스가 있는 언덕 위의 집으로 햇빛이 쏟아졌다. 모퉁이를 돌자 짙은 꽃향기가 유혹하듯 허공을 부유했다. 상록성 덩굴엔 천진난만 귀여운 하얀 재스민 꽃들이 햇빛을 받아 옅은 오렌지색 파스텔 톤으로 가벼이 하늘거렸다. 바다는 휴식처럼 잔잔하고 레몬 한 조각 찬 음료는 갈증을 녹였다. 백색의 꽃들 사이 코발트블루 바다가 너무나 아름다워 매료됐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몽상의 궁전으로 이끌렸다.

서양화가 신정옥 | 생기의 파동에 빛나는 ‘내’ 마음의 푸른 여운 72.7x53cm


‘노란 접시꽃 한 송이를 들고 나타난 남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세월이 흐른대도 꽃처럼 신선한 그리움을 기억하며>라고 짤막한 기록을 막 남기던 터였다. 그때 쑥스럽게 내민 감청색 라피스라줄리(lapis lazuli) 팔찌. 선뜻 손 내밀지 못하는 순수의 수줍음만큼이나 찬란한 광채가 돌았다.’


어느새 석양볕이 가늘게 날리는 머릿결 위로 내려앉는다. 꿈이란 덧없는 것인가. 살짝 입술을 깨문 그녀. ‘보석보다 그대와 걷는 생(生)의 꽃이 되고 싶었었다’라고 작은 수첩에 적었다. 기쁨과 슬픔 그 망각의 세월에 변주되는 삶의 여행길처럼 물결은 누렇게 달아오른 금빛몸짓으로 반짝였다. 바다의 미혹에 홀린 것이 아니라 이별을 앞둔 창백한 만남처럼 존재의 매우 짧은 순간이 깊이 각인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종종 그러한 때면 견딜 수 없는 향수에 사로잡혀 길을 나서곤 했다.


서양화가 신정옥 | 생기의 파동에 빛나는 ‘내’ 마음의 푸른 여운 53.0x41.0cm


오목눈이 새가 입에 뭔가를 물고 재빠르게 재스민 꽃 덩굴을 휘익 넘어 알이 있는 둥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합창 대신 애살맞은 고독의 시간을 준비하는 새 날개짓에 소란스런 관념들이 노을 속으로 사라져갔다. “인간 삶이 경계선 아주 가까이에서, 심지어 경계선과 맞닿은 곳에서 펼쳐진다는 사실에, 인간 삶이 경계선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것이 아니라 겨우 1밀리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인간 삶의 모든 신비가 놓여 있었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웃음과 망각의 책>


밤하늘의 색채 물처럼 흐르는 세월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 피아노 선율이 공허함을 위로하듯 평화롭게 흐른다. 신비로운 빛깔들을 쏟아내는 리듬. 핑크빛 봉오리에 생명이 움트고 들꽃 한 송이 푸른빛에 반짝였다. 아아, 환상(幻想)에 사로잡혀도 눈물이 나는가!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