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양화가 최장혜|순결한 욕망 태양의 축복 過誤딛고 선 빛나는 영혼

시계아이콘01분 1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권동철의 그림살롱 108회 | 서양화가 최장혜 ‘갈망’ 연작

서양화가 최장혜|순결한 욕망 태양의 축복 過誤딛고 선 빛나는 영혼 아름다운 하모니, 72.7×60.6㎝ oil on canvas, 2012
AD


지나갔다 그리고 더욱 분명해졌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이 판명됐음으로 마음의 짐 내려놓아 펼쳤다. 하! 원래 그러한 미완의 필연(必然)들.

이슬, 눈물, 밤비 그리고 여자. 죄스러움과 미안함의 인과(因果). 달콤한 과즙이 한입 가득 번질 때 그때, 점점 커져가는 동경(憧憬). 복숭아 나무아래서 찍은 흑백사진을 놓고 떨어지면 공처럼 튕겨오를 것만 같은 담홍색 과실을 설명하다 반벙어리가 되었던 어느 하루였다. 탐스런 열매위에 망울지는 복사꽃 얼굴. 붉게 익어가는 주렁주렁 열린 복숭아밭에 드러누워 믿을 수 없어 나뭇잎만 쳐다보며 너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잘 익은 무른 복숭아 하나를 옥쟁반에 올려놓고 꽃의 시절을 떠올린다. 황홀한 향기의 꽃잎이 나부낀다. 사랑을 부르는가, 떠나려하는가. 후드득후드득 초여름 비 짓궂게 내리는 밤. 바람에 요란하게 법석을 떠는 나뭇잎처럼 내 맘 이다지도 떨릴 줄 몰랐네. 동그란 그대 눈동자를 보며 들떠 얼마나 두근거렸었는지. 자존심이었기에 푸념으로 들릴까 차마 그 말 꺼내지 못했었죠.

서양화가 최장혜|순결한 욕망 태양의 축복 過誤딛고 선 빛나는 영혼 65.1×53㎝


사모하는 마음엔 씨앗이 없어 한 잔의 도화주에 씁쓸했던 청춘의 연정을 달래 봅니다. “시들어가는 두 볼의 桃花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 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볕에 얼마나 바래서 白雪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 가도 마음은 붉어 갑니다.”<한용운 詩, 거짓 이별>


바람이 나뭇잎의 떨림을 전해오는 새벽. 밀려오는 파도처럼 물결의 파상(波狀)은 허허로움을 일깨웠다. 흰 눈이 철부지놀이처럼 흩날리던 겨울날, ‘그러니 업신여기지 마라. 고독한 몸부림은 늘 앙상해 보이는 것’이라며 도시의 뒷골목 초라한 선술집서 절규하던 사내는 그토록 갈구하던 영혼을 만났을까. 아니면 지금도 가고 있는 도중일까.


서양화가 최장혜|순결한 욕망 태양의 축복 過誤딛고 선 빛나는 영혼 72.7×53㎝


바람과 빛과 빗방울을 조율하던 잎의 역할은 마무리됐다. 메마른 가지 부질없다 말한 나그네 달변(達辯)은 꿈꾸는 자를 빗댄 허무한 애증에 불과한 것일 뿐 그는 사라졌다. 이제 바람과 물이 결실로 키워낸 치열은 가지마다에 빛깔 좋은 생명의 열매를 맺었다. 농익은 갈망을 더 이상 감출 수는 없는 담홍빛 표피는 우유살 같이 뽀얀 과육을 드러낼 듯 보들보들 얄따랗다. 아아! 누구인가. 터질 것 같은 관능의 저 매끄러운 고혹의 열매를 가지에서 내려놓을 자(者)는….


언덕의 정겨움, 서로 돌아봄
원두막에 앉아 초록 잎으로 길게 늘어선 회랑(回廊)같은 과수원 밭을 내려다보며 복숭아의 물컹하게 썩은 과육을 한 입 뱉어냈다. 백발의 노인은 ‘날이 저물지도 않았는데 시방 귀뚜라미가 우는겨? 잘못 들었나’라며 밭둑 옆 할머니 무덤 쪽으로 향긋한 과즙이 주르르 흐르는 주먹만 한 백도를 휙 던졌다!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