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신> 마지막회 Mnet 수 밤 11시
시작은 미미했지만 그 끝은 연장이었다. 물론 눈에서 초록색 레이저를 쏘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는 매니저 백영광의 SBS <신기생뎐> 패러디에 이상민은 “막장 시트콤이 돼 가는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지만, 사실 <음악의 신>은 시작부터 ‘막장 코미디’로 가득한 프로그램이었다. 유현상, 김흥국과 프로젝트 그룹 ‘유흥가’를 급조해 Mnet <엠 카운트다운>에서 어수선한 무대를 선보이면서도 자신을 스티브 잡스에 비유하는 연예기획사 대표이자 어머니를 앞에 두고 소싯적 본드에 스프레이 불었던 얘기까지 털어놓으며 흐흐대는 마흔의 아들 이상민이 주인공인 이상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서 룰라가 ‘사고 친 그룹 2위’를 했다는 소식에 기왕이면 1위가 낫다고 말하는 이 철없고 답 없는 남자의 일관된 뻔뻔함은 그 자체로 새로운 예능 코드가 되었고,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데려온 듯 괴이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LSM 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의 캐릭터는 시트콤으로서 이 프로그램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멋있으려고 한 건데 우습거나 ‘웃픈’ 결과를 낳은 연예인들의 자료를 끌어와 프로그램의 일부로 만든 데 이어 마지막 자막을 ‘음슴체’로 쓰기까지, 대중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인터넷 문화를 TV에 이식한 패기 또한 눈여겨볼만 하다. 그래서 한물 간 것도 모자라 바닥을 친 것 같던 과거의 톱스타를 여전히 한심하지만 은근히 사랑스런 인간으로 보이게 만들어준 이 쇼는 빠르게 변하는 방송 시장을 영민하게 감지한 제작진과 그 무모한 기획에 손들어 준 편성의 승리이기도 하다. “윈나윈나 외치면서 음악의 신을 따라와 봐~” 같은 랩을 따라 읊조리며 신의 귀환을 기다리게 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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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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