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지난 9일 한국전력은 또 이사회를 열었다. 한달새 3번째다. 안건은 전기 요금 인상안. 이번엔 전기 요금 평균 10.7% 인상과 함께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6.1%를 미수금 형태로 충당하겠다는 안이 올랐고, 결국 통과됐다. 기획재정부가 임명한 한전의 비상임이사 일부가 찬성표를 던져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한전의 이사회가 끝나자마자 지식경제부는 긴급 브리핑에 나섰다. 정부는 한전이 총 16.8% 전기 요금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봤다.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그동안 (정부와 한전이) 논의해 온 요금 인상 수준과는 괴리가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조만간 전기위원회를 열어 한전의 인상안에 대해 논의를 하겠지만 사실상 또 다시 반려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경부와 4~5% 수준에서 인상하기로 이미 합의를 보고 한전이 이에 상응하는 '모범 안'을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는 눈치다.
전기 요금 인상을 둘러싼 이 같은 촌극이 계속되고 있다. 한전과 지경부, 재정부 모두 책임을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짙다. '김쌍수 트라우마'는 한전을, '물가 안정과 산업계 압박'은 정부를 괴롭힌다.
하지만 이미 답은 나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정부의 요구대로 4~5%선에서 인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견을 좁히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마저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전기 요금 인상에 대한 한국전력의 의지는 강력하지만, 정부와 요금 인상률에 대한 의견 차이를 줄이기 어려워 4% 인상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한전이 유례없는 강한 반발을 하고 있지만 결국 정부를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정부는 한전 이사회 의결 직후 한전에 '함구령'을 지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브리핑에서는 '한전이 연간 당기순이익 1조5000억원을 내려고 무리한 인상을 추진하려 한다'며 인상안을 비판했다. 한전 관계자는 "비난의 화살이 한전으로만 집중되는 건 옳지 않다"며 "정부가 임명한 비상임이사 조차도 한전의 전기 요금 인상안에 대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한전 이사회가 결의한 13.1%의 인상안을 정부가 거부한 점으로 미뤄볼 때 사실상 16.8%의 인상 효과를 내는 이번 안도 반려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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