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에게 세월이란 무엇일까. 통통한 젖살도 채 빠지지 않았던 열여덟, 열아홉, 갓 스물의 청년들이 무대에 오르고 서른둘, 서른셋, 서른넷의 어른이 되는 사이 흐른 14년의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8일 중국 베이징 완스다 센터에서 열린 신화의 2012년 아시아 투어 마지막 공연 < The Return >은 그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 자리였다. 8천여 객석을 가득 메우고 신화를 상징하는 주황색 봉을 든 중국 팬들을 향해 “신화에서 영어 랩을 맡고 있는 에릭입니다!”라고 장난스럽게 건넨 신인 시절의 인사는 그대로였지만, 10년 전 의자 위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백 덤블링 하며 무대 위를 날던 전진은 최근 받은 허리 디스크 수술로 몇몇 댄스곡 무대에 참여하지 못했다. 지난 3월 말 한국에서 열린 컴백 콘서트에서 무릎 부상을 입어 수술을 받은 신혜성이나 무대 아래서는 줄곧 허리를 짚고 다니던 앤디의 컨디션 또한 최상은 아니었다. 세월이란, 그런 것이다.
세월을 거스른 연륜의 힘
하지만 신화의 첫 번째 히트곡 ‘T.O.P’로 문을 연 무대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1998년 데뷔 앨범의 발랄한 댄스곡 ‘으쌰으쌰’부터 올해 발표한 10집 타이틀곡 ‘비너스’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여 온 레퍼토리를 완벽히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 신화는 칼군무 조차 여유로울 수 있음을 보여주며 격렬하면서도 섬세한 신화 특유의 퍼포먼스를 소화했다. ‘의자춤’으로 유명한 ‘Wild Eyes’ 무대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의자 위로 뛰어오르는 이민우의 모습은 물론, 부상 멤버들의 몫까지 한층 더 바삐 움직인 김동완이 최근 출연작의 이름을 따 일명 ‘연가시 댄스’로 불리는 전신 섹시 웨이브를 선보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무대 끝에서 끝까지 전력 질주를 할 수는 없지만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눈맞춤 하려는 노력은 ‘How do I say’, ‘Hurts’ 등 발라드 무대에서도 이어졌고, 마지막 곡인 ‘Brand new’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전진은 무리해서 자신의 자리에 섰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 ‘Once I a lifetime’, ‘Time Machine’ 등 자신들의 우정과 역사가 담긴 레퍼토리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은 그들이 실제로 그 노래를 증명하며 살아왔다는 면에서 인상적이다. 이제 신화는 순정만화 속 미소년이 아니라 훤칠하지만 눈가의 주름을 지울 수 없는 삼십대에 접어들었고 전원이 식스 팩을 노출하는 춤도 추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를 추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를 즐기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아이돌이 팬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모두 원하겠지 해피엔딩을 허나 끝이 아닌 걸 / 또 많은 시간이 내 앞에 펼쳐 있는 걸”(‘Time Machine’) 이라는 노랫말대로, 14년이 지났어도 현재진행형의 아이돌에게 세월이란 약속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셈이다.
* 놓치기 아까운 순간 in LIVE
- “신화에서 메인보컬과 멤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라는 신혜성의 오프닝 멘트, 좋은 자신감이다.
- 티셔츠 갈아입고 나오더니 “저기... 나 옷 거꾸로 입었지?”라고 묻는 김동완의 확인사살, 좋은 솔직함이다.
- 중국 팬들에게 “세이 호오~”에 이어 “세이 매니가이즈올웨이즈터닝유어라운드암쏘타이어드오브테러블사운드~” 시키는 에릭의 엉뚱함, 좋은 일관성이다.
사진제공. 신화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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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베이징=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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