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제23회 환태평양훈련(림팩)이 37일간의 일정으로 지난달 29일 시작했다. 이번 훈련에는 22개국에서 온 42척의 수상함정과 6척의 잠수함,200여척의 항공기 등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다.
이번 훈련은 대규모라는 것외에 미 해군이 청정연료인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시범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투기,함정 바이오연료로 쓴다=미 해군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미해군 해상수송사령부(MSC)는 이번 훈련기간중 순양함과 구축함,항공모함 탑재 전투기에 ‘청정연료’(녹색연료)를 공급할 준비를 갖춰놓고 있다.이번에 공급할 연료는 조류(algae) 추출기름과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연료를 화석연료와 반반씩 섞은 것이다.
MSC 소송 유류보급함인 헨리 카이저호(T-AO 187호)는 지난달 13일 워싱턴주 군용연료지원소에서 90만 갤런의 혼합유를 선적했다. 카이저호는 이 연료를 림팩기간중 선보일 대녹색함대(the Great Green Fleet) 시범때 참가 함정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번 시범행사는 해군이 작전 환경에서 바이오연료혼합유의 시험,평가와 이기종간 이용가능성 등을 검증할 것이라고 미 해군은 밝혔다.
카이저함은 70만 갤런의 수소처리 재생 디젤유 HRD76과 20만 갤런의 수소처리 재생항공유 HRJ5를 선적했다. 카이저호는 HRJ5는 전투기탑재 항공모함 니미츠호(CVN 68)에,HRD76은 유도미사일 순양함 프린스턴호(CG59)와 유도미사일 구축함 정훈함(DDG 93), 채피함(DDG 90)에 각각 보급할 계획이다.
미 해군 홈페이지에 따르면 레이 메이버스 해군장관은 “미 해군은 해군역사를 통털어 에너지 혁신의 선봉에 서 있다”면서 “범선에서 석탄 증기선과 기름과 핵발전 잠수함과 항공모함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기술진보를 추구하고 달성해왔으며, 대녹색함대 시험은 에너지안보를 향한 해군의 전진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미 의회 “너무 비싸다”=미 해군의 바이오연료 사용계획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비판론자들에게 바이오연료 사용계획은 “녹색에너지가 경제 관점에서는 도저히 이치에 닿지도 않는데도 대통령이 밀어붙인다고 비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계획을 “귀중한 자금의 낭비”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들은 디젤이 갤런당 3.6달러인데 반해 바이오연료 혼합유는 무려 8배 가까운 26달러에 이른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특히 상원군사위원회에 소속된 존 맥케인의원은 올해 초 청문회에서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해군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화를 냈다.
비판론자들도 지난 해 기준으로 미국은 하루 1900만 배럴의 원유를 소비하고 있고 이 가운데 미군이 32만1000배럴을 쓰고 있는데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어 연료비를 절감하려는 해군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단가다.미 국방부는 이번 행사를 위해 45만 갤런의 바이오연료를 구입하는 생산업체인 솔라자임에 1200만 달러(한화 약 136억5000만원)를 지급했다. 로이터는 “미 국방부가 2009년 솔라자임에 해조류 기반 바이오연료 2만55갤런을 사기 위해 850만 달러를 지급하자 수십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다루는 미 의원들조차 눈살을 찌푸렸다”고 전했다.
메이버스 장관은 요지부동이다.생산이 늘면 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는 최근 기후회의 컨퍼런스에서 해군이 소량의 대체유를 구입했는데도 지난 몇 년사이 가격이 내려간 점을 지적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특히 “그것은 신기술이다. 좀 더 지급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컴퓨터가 아니라 타자기를 쓰고 있을 것”이라면서 “여전히 재래식 잠수함의 4~5배나 비싼 핵잠수함 한척도 사지 못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조류 대량생산 잠재력있지만 아직 요원해=민간 씽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에너지 연구원인 제임스 바티스는 “식물성 기름과 동물성 기름에 기반한 바이오 연료를 국방부가 원하는 만큼 생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그는 닭지방에서 추출하는 바이오연료 최대 생산량을 하루 3만 배럴,카멜리나에서 추출한 바이오연료는 하루 4만~5만 배럴로 추정했다.
그는 “그것은 양동에 있는 한방울의 물에 불과하다”면서 “해조류가 대량 생산을 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도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라 10년 뒤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미 해군은 이런 지적에 동조하지 않는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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