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불통 이미지 깨려 타임스퀘어서 출정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정치인은 이미지에 민감하다. 그들은 정치 메시지 외에 옷차림과 머리모양이 어떻게 비칠지도 고민한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더 깊은 뜻을 담고 드러내려고 고심한다. 한 나라의 국가수반을 꿈꾸는 대선주자가 출마선언 장소를 어디로 할지 고민은 더 크다. 출마선언 장소는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 방향을 설정하는 첫 걸음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의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19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캠프 대변인인 이상일 의원은 5일 브리핑에서 장소 선택을 두고 "각계각층의 사람들, 연령대와 관계없이 많은 국민이 다니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결정에 앞서 홍사덕ㆍ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 등 캠프 주요 인사들과 출마선언 시기·장소 등을 놓고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 잔디광장이나 본관 로텐더홀, 헌정기념관 등이 검토됐다. 안보 정체성을 부각하는 데 적합한 국립현충원과 전쟁기념관 등도 거론됐다. 그러다 불통 이미지를 우려하던 박 전 위원장이 막판에 '소통'을 상징하는 장소인 타임스퀘어 광장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위원장의 이 같은 결정은 불통 이미지를 씻어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 때부터 총선 공천 과정, 최근의 경선 룰 갈등까지 '박근혜 사당(私黨)' '오만과 독선'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 전 위원장 캠프는 최근 불통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캠프 사무실 2개의 출입문 중 1개를 개방했다.
다른 대선주자들도 출마 선언 장소에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해왔다.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지난달 17일 독립운동과 민주화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문 고문이 대학생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4개월 수감됐던 서대문 형무소의 기억도 되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6일 도지사직을 사퇴하는 김두관 경남지사는 오는 8일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을 첫걸음 장소로 선택했다. 농민의 아들로 '이장'에서 시작해 군수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자신의 삶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 아래에서부터 출발하겠다는 의미가 반영됐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민생과 통합을 이뤄낸 세종대왕을 본보기로 삼겠다는 차원에서 세종대왕상이 있는 광화문광장을 선택했다.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삶 속에 들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아 서울 종로 광장시장에서 첫걸음을 뗐다.
박 전 위원장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 주자들은 간소함을 택했다. 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오 의원은 국회 의원동산에서 출정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과거 정치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차원에서 특별한 공간에 지지자들이 모여 출정식을 갖는 것을 지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 출마에 앞서 "동원된 지지자들이 에워싼 대선 출마 선언은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는다"며 동원금지령을 내렸다. 다양한 계층ㆍ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한 그의 첫 걸음이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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