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 창출 계획'을 내놨다. 한마디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일자리'에 관한 대책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정부가 베이비붐 세대 문제에 대한 정책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을 보여 다행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내세운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제도부터 그렇다. 이것은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고용주에게 요구할 권리를 50세 이상 근로자에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겨나는 일자리에 청년 등 취약계층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고용주에게는 정부가 고용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유인책도 제시됐다. 이 제도는 고령자 고용을 늘리기보다 자칫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에 악용되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노후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노후생활을 체계적으로 돕겠다는 대책도 부실하다. 그런 법률을 제정하는 것 자체는 시도해 볼 만하지만 법률의 내용으로 정부가 제시한 것들을 보면 실망스러울 정도다. 개인 차원의 노후설계에 관한 교육과 컨설팅 지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둔 고령의 직장인에게 어느 정도 유용하기는 하겠지만 법의 이름 값을 할 만한 도움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은퇴 후 자영업 창업을 돕기 위한 인터넷 상권정보 사이트 강화, 귀농귀촌 지원 확대, 해외봉사활동 기회 부여 등의 대책도 그렇다. 이런 대책들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이 확대 시행되도록 지원한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창의적 아이템으로 창업에 나서는 베이비부머에게 개발비와 마케팅비 명목으로 1000만원 이하의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은 진정성있는 노후 지원책으로 내 놓은 것인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년 연장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 이번 대책의 한계다. 당장에 독일이나 일본처럼 65세 정년을 법제화하긴 어렵더라도 정년 법제화와 단계적 정년 연장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2010년 생명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중간 연령인 올해 53세 인구는 평균 83세까지 생존한다는데 퇴직연령은 평균 53세다. 적절한 정년 연장으로 이번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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