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기술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는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총장(60)과 윤보현 서울대학교 교수(57)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신성철 DGIST 총장과 윤보현 서울대 교수를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03년부터 26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세계적인 연구개발 업적 및 기술혁신으로 국가 발전과 국민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한 과학기술인'을 대상자로 삼는다. 올해는 과학기술단체가 추천한 51명을 대상으로 전공자 온라인 심사와 분야별 심사, 종합심사를 실시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신 총장은 나노자성학과 스핀트로닉스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물리학자다.
나노자성학은 나노 크기의 자성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차세대 신기술 분야인 스핀트로닉스는 스핀(spin)과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를 합친 말로, 전자의 자기적 회전인 스핀을 이용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일례로 스핀 반도체를 이용하면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한 초고속, 초저전력 전자 소자를 개발할 수 있다. 정보산업 전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연구인 셈이다.
신 총장은 지난해 DGIST 총장으로 임명되기까지 1989년부터 20년 가까이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며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에 탄력이 붙은 것은 신 총장이 이끌어 온 스핀정보물질연구단이 1998년 창의적연구진흥사업단으로 지정되면서부터였다. "일년에 7~1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집중 장기투자에 힘입어 9년간 도전적 아이디어를 연구로 수행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장은 나노자성체의 동역학을 연구하는 '나노스핀닉스(Nanospinics)'라는 연구 분야를 처음으로 제안하는 한편 '광자기현미경자력계'라는 특수 고성능 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개발, 나노 두께의 2차원 자성체의 자화 방향이 불규칙하게 역전되는 '2차원 자성체의 잡음현상'을 규명했다. 현재 한국물리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국내 자성학 연구자 중 최초로 미국물리학회 펠로우(Fellow)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의 윤보현 교수는 "산부인과 의사로 진료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아기가 조산돼 합병증을 앓게 되는 것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산은 전체 임신의 8%를 차지한다. 신생아 사망 원인의 85%가 조산이며, 생존한다고 해도 후유증을 앓게 된다.
조산 후유증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패혈증과 폐렴 등 급성 후유증은 치료법이 제시됐다. 그러나 만성 후유증인 뇌성마비와 만성폐질환은 치료법이 없을 뿐더러 원인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윤 교수는 "1980년대에는 뇌성마비의 주 원인이 태아 저산소증으로 알려져 왔는데, 저산소증 연구가 발달해도 뇌성마비가 줄어들지 않았다"며 "연구 끝에 자궁 내 감염과 염증이 만성 후유증의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발견이었다. 이어 윤 교수는 자궁 내 염증을 빨리 예측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하는 한편 염증을 줄일 수 있는 항생제 요법을 고안했다.
윤 교수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의다. "많은 시간을 환자 진료에 들여야 해서 연구가 쉽지는 않았다"고 말한 윤 교수는 "그렇지만 직접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무엇이 환자에게 필요한지 연구 방향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환자 대상으로 직접 치료 샘플을 채취해 연구에 가속도를 낼 수 있었다"는 것도 임상의로서의 장점으로 꼽았다.
한편 최고과학기술인상은 5일 열리는 과학기술연차대회 개회식에서 시상될 예정이다. 수상자들에게는 대통령 상장과 함께 상금 3억원이 수여된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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