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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위기 3년..지금 유럽은 ①] 탈세·공무원 천국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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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위기 3년..지금 유럽은 ①] 탈세·공무원 천국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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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그리스는 3년째 이어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위기로 가장 크게 고통 받고 있는 나라다. 구제금융을 위해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강력한 긴축정책 때문에 그리스에서 자살률은 40% 이상 치솟고 수도 아테네의 노숙자 수는 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사회는 두 차례 구제금융으로 그리스에 각각 1100억유로(약 160조원)와 130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채권단이 탕감해주기로 약속한 1070억유로까지 더하면 지원 규모는 3500억유로에 이른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지원에도 그리스가 결국 3차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자랑했던 그리스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연간 GDP의 12~15% '탈세'가 위기 주범= 윤강덕 코트라 그리스 무역관장은 "그리스 정부의 대규모 적자가 과도한 복지 예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복지보다 고위층의 탈세 등 도덕적 해이가 경제위기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윤 관장은 "복지 부문에서 오히려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세무감독청의 니코스 레카스 청장은 탈세만 막았어도 그리스가 부채위기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일간 디 벨트와 가진 회견에서 "그리스의 세금 탈루 규모가 연간 GDP의 12~15%에 이른다"며 "탈루액의 절반만 징수했어도 그리스가 현 위기와 맞닥뜨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세가 만연하다보니 탈세를 심각한 범죄로 간주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레카스 청장은 "세무감독청이 탈세와 관련해 5000건 이상의 계좌 추적을 요구했지만 은행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대부분 실패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214계좌만 추적이 가능했다. 정치인이 연관된 탈세와 관련해서는 은행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데 5개월이나 걸렸다.


인공위성으로 아테네 북부 고급 주택가를 촬영하면 1만7000개에 가까운 수영장이 발견된다. 하지만 세금을 피하기 위해 현지에서 수영장을 보유 중이라고 신고한 가구 수는 324개에 불과했다. 실업수당 수령자가 해외로 200만유로를 송금한 경우도 있었다. 탈세가 만연하다보니 그리스 지하경제 규모는 그리스 GDP의 25%에 육박해 유럽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탈세와 관련해서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달 영국 일간 가디언과 회견에서 "그리스인들은 항상 탈세를 생각한다"며 "이들보다 아프리카 니제르의 아이들에 더 동정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그리스 사람들로부터 많은 반발을 샀지만 라가르드는 "모두가 정당한 자기 부담을 짊어져야 하며 특히 특권층의 경우 성실하게 납세해야 한다"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부채위기 3년..지금 유럽은 ①] 탈세·공무원 천국 '그리스'


◆유로 도입후 서비스 부문만 성장= 그리스가 경제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제조업 기반이 약하다는 점이다.


그리스는 2001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이 되면서 유로에 기반한 저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로 투자할만한 제조업 기반이 없었다. 결국 카페·식당 같은 소비 위주의 서비스업 부문만 성장했다. 그러다 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되자 그리스 경제는 그야말로 빈사상태에 빠지고 만 것이다.


제조업 기반이 약하다보니 민간에서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힘들었다. 결국 정부는 일자리를 만든답시고 공무원 수만 늘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의 공무원 수는 1980년 이래 2배로 증가했다. 현재 그리스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공무원이다. 지난 10년 동안 공공 부문이 비대해지면서 공공 부문의 임금 지출은 100% 증가했다. 이는 정부 재정을 약화시키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됐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 대학 교수는 "그리스가 차라리 유로존에서 벗어나 옛 드라크마화로 복귀하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조업 기반이 약하고 수출 비중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루비니 교수의 주장은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농산물만 빼면 그리스의 많은 수출업체가 원료와 부품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따라서 가치가 급락할 게 뻔한 드라크마화를 재도입할 경우 원재료 수입 비용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아테네 소재 내셔널증권의 빅토르 라바테 애널리스트는 "대형 금속 가공업체의 경우 원재료 비용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맥주 제조업체 마케도니안 트라키의 데메트리 폴리토풀로스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그리스 중소업체가 수입업체들에 의존하고 있어 유로를 버리면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 자체에서 맥주병이나 캔을 공급 받을 수 없다"며 "그리스는 어떤 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국가"라고 표현했다.


그리스 투자청의 에반겔리아 푸라기우다키 홍보실장은 "제조업 기반이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유럽 국가들의 가격 경쟁력이 워낙 강해 현실적으로 제조업을 키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바이오 테크놀로지 등 신기술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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