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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다이어트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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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다이어트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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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 육식을 끊었다. 지상에 사는 뭇 생명들과 평화롭게 살겠다는 거창한 생각 따위는 아니다. 이제 채소만 먹는 당신에게 사람들이 묻는다. "건강이 안 좋아졌어?" "채식주의자가 된 거야?" 처음엔 모두 의아한 눈초리다. 그들은 당신을 크게 배척하지는 않더라도 별종 취급을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모임을 주선하려는 사람조차 당신을 부담스러워한다. "네녀석 때문에 어디 만만한 식당을 찾을 수 있냐?"고 항변이 이어진다. 당신의 채식에 동의하는 것과 동참하는 것은 별개 문제니 당연한 노릇이다.


당신도 고민된다. 고기를 빼고는 먹을 게 드물다. 비빔밤 하나 먹으려 해도 잘게 부순 쇠고기가 깔려 있고 그 흔한 된장찌개에도 바지락이 들어 있다. 도무지 육식을 피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도 그렇다. 육식을 하지 않고 비즈니스, 교제, 업무를 해나가기는 상상하기 어렵다. 하물며 가까운 친구들도 외면할 지경이니…. 따지고 보면 당신이 쓰는 영업보고서는 물론 실적, 사람관계, 생계에 필요한 돈이 다 육식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다. 적어도 현재의 생활방식을 버리지 않는 한 육식은 불가피하다. 당신은 지방 섭취 즉 육식을 피할 수 있거나 선택할 수 없다. 틀린 말인가?

그런데 지방을 잔뜩 먹고 살찌운 다음 다이어트에 열중하면서 사람들은 지방을 경멸한다. 그처럼 지방을 먹도록 강요된 사회와 지방 섭취의 죄악이 항상 충돌한다. 고3인 나의 딸만 해도 그렇다. 그녀의 청춘은 온통 다이어트로 얼룩졌다. 그다지 뚱뚱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애는 식품영양학자에 비견할 정도로 모든 음식의 칼로리를 다 외운다. 그 애는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를 무척 좋아한다. 김치찌개만 보면 "넌 왜 이리 맛있니?" 할 정도로 가히 '셸 위 댄스'다. 그 애는 지금 공부 대신 다이어트에 더 관심이 많다.


그 애는 지방 덩어리를 역겨워하고 혐오스러워하고 기피한다. 그리곤 먹는다. 먹고 나선 온갖 다이어트에 열중하지만 몸무게는 결코 줄지 않는다. 이 땅의 어린 딸들이 살과의 전쟁을 치르는 광경은 이제 어디서나 흔한 모습이다. 비키니를 입은 말라깽이들이 해변을 날뛰고,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젓가락 같은 몸매의 소녀들이 노래하고 춤춘다. 말라깽이를 숭배하는 태도 또한 가히 종교적이다. 모두들 몸속의 지방에 대해 증오감 일색이다. 어린 소녀들은 자신이 뚱뚱하다고 여긴다. 그 애들은 스스로 죄의식에 빠졌다.


어른도 지방을 빼기 위해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의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지방제거 종사자는 늘고 다이어트 산업은 더욱 뚱뚱해졌다. 각종 저지방ㆍ다이어트 음식료가 판친다. 다 비만의 원흉들이다. 사람들은 비만의 죄의식을 감추기 위해 저지방식품을 사 먹는다. 몸에서 지방을 쥐어짜기 위한 학대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것은 없다. 왜 오늘날 지방과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가? 물론 비만이 각종 병의 원인이 되고는 있다. 그렇더라도 비만 혹은 과도한 지방 섭취가 죄의식으로 변모한 것은 일찍이 유례가 없다.


다이어트에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나 들까? 유럽 및 서구 등 선진국에서는 다이어트 비용으로 소득의 5% 이상을 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 액수는 지구촌 기아인구 10억명을 구제하고도 남는다. 여기엔 저지방 식품을 사기 위해 드는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오늘날 지구가 생산하는 식량은 연간 120억명 규모다. 지구 인구는 60억명으로 그중 10억명이 굶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굶는 계층은 농민과 아이들이다.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더욱 늘어나도 구조적으로 굶는 사람을 구제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끔은 지구 온난화나 환경오염보다 지방 때문에 생겨난 죄의식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이규성 사회문화부장 peac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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